지진으로 물에 잠긴 실크로드의 잃어버린 도시가 학자들의 노력 끝에 발견됐다.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 무렵부터 15세기 중반까지 사용된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를 연결하는 약 6400㎞의 장대한 교역로다.
이번에 발굴된 도시는 실크로드 상에 자리하는 키르기스스탄 북동부 고산 호수에 존재한다. 15세기 초 대지진으로 지반이 침하하며 가라앉은 이 도시는 이식쿨 호수의 얕은 여울에서 일부가 확인되면서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Russian academy of sciences, RAS) 막심 멘시코프 박사 연구팀은 이식쿨 호수 바닥에 당시 사람들이 살던 집과 다양한 도구들이 잠든 사실을 알아냈다. 발굴 자료는 학술지 Russian Geographical Society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귀중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키르기스어로 뜨거운 호수를 뜻하는 이식쿨의 특징이다. 해발 약 1600m 고지에 자리한 이 호수는 염분을 포함해 겨울에도 얼지 않고 물은 놀라울 정도로 투명하다. 길이 182㎞, 폭 60㎞, 면적 6236㎢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고산 호수이자 약 100만 년 이상 이어지는 고대 호수다.
막심 박사는 "호수 북서쪽 수심 1~4m의 얕은 여울에서 과거 존재했던 마을의 흔적을 발견했다. 중세부터 토르 아이길(Toru-Aygyr)로 불린 도시의 일부로 여겨진다"며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들의 중요한 중계지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상업도시로 번창했지만 15세기 초 대지진으로 지역 자체가 호수로 빨려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벽돌로 지은 건물터와 무너진 석조벽, 곡식을 빻은 맷돌 등으로 미뤄 제분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외벽에 장식이 남은 큰 건물은 구조나 장식으로 볼 때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 아니면 학당인 마드라사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유적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광활한 묘지다. 연구팀은 축구장 11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매장된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망자의 얼굴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향하게 하는 이슬람교의 전통적 매장법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묘지가 13세기 무렵의 것이라고 추측했다.
막심 박사는 "토르 아이길은 원래 다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생각된다. 이슬람교가 정착되기 전 사람들은 여러 종교를 믿었다"며 "이슬람교가 도입되자, 이곳 사람들은 같은 무슬림(이슬람교도)끼리 교역을 선호하게 됐고, 도시도 서서히 이슬람 색채가 강해졌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조사를 계속해 물밑 퇴적물을 굴착하고 분석해 이 도시가 어떻게 발전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갔는지 밝혀낼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