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본기 해양 생태계를 주름잡은 고대어 둔클레오스테우스(Dunkleosteus)의 몸집이 예상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연구팀은 12일 발표한 논문에서 고대어 중 가장 큰 덩치로 유명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실제 몸길이가 그간의 연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갑옷처럼 단단한 골격과 껍질을 가진 둔클레오스테우스는 데본기(4억1900만 년 전3억5900만 년 전) 바다를 누빈 체중 약 3~5t, 길이 약 9m의 초대형 물고기로 생각돼 왔다. 다만 연구팀은 이 고대어의 화석 분석 결과 실제 몸길이는 그 절반일 것으로 추측했다.

고대 경골어 둔클레오스테우스는 먼 옛날 바다였던 현재 미국 오하이오 부근에 서식한 어종이다. 무려 3600㎏의 무는 힘으로 먹이를 깨부수는 칼날 같은 턱을 지녔고 외형도 무시무시하다. 

약 150년 전 발견된 둔클레오스테우스 두개골 화석을 스캔한 3D 이미지 <사진=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둔클레오스테우스 화석은 약 150년 전 클리블랜드 인근의 드넓은 이리 호수 근처에서 처음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머리뿐이었는데, 워낙 상태가 양호해 이 거대한 표본은 현재까지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연구팀이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현실적인 덩치를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고대어가 경골어이기 때문이다. 메갈로돈같이 몸 대부분이 연골인 상어류와 달리 경골어는 두개골 등 뼈가 단단해 화석이 돼도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다.

조사를 이끈 고생물학자 러셀 엔젤먼 교수는 “둔클레오스테우스의 두개골은 높이가 무려 85㎝ 가까이 되고 영화 ‘에어리언’ 속 괴물을 떠올리게 할 만큼 무섭게 생겼다”며 “현생종 상어의 두개골 크기와 몸길이 비율을 대입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현실적 덩치는 약 4.5m”라고 전했다.

백상아리(위)와 실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몸길이 비교도 <사진=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둔클레오스테우스는 두개골뿐이었기 때문에 초기에 이를 접한 학자들은 상어 두개골 크기와 몸길이 비율을 이용, 이 고대어가 약 9m일 것으로 생각했다. 엄청난 크기 때문에 둔클레오스테우스는 금세 유명해졌고 오하이오 주의 공식 마스코트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연구팀은 둔클레오스테우스에 관한 제대로 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고대어 표본을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에서 접한 러셀 엔젤먼 교수는 어류 몸길이의 현대적 측정법을 대입한 결과 이 고대어의 추정 몸길이가 이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교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두개골 크기로 추정한 몸길이 9m는 말이 안 됐다”며 “오래된 문헌을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이 물고기를 연구한 학자 대부분이 두개골이 아닌 눈알 크기로 전체 몸길이를 추정한 것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고생물학자들은 둔클레오스테우스가 몸길이 9m에 포악한 성질을 지녔으며 무시무시한 외형을 한 거대어로 생각했다. <사진=Julian Johnson-mortimer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Dunkleosteus Animation' 캡처>

연구팀은 고대는 물론 현생종의 수많은 물고기 두개골 치수를 측정하고 몸통과 비율을 일일이 분석했다. 이렇게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두개골 크기와 대략적인 몸길이를 새롭게 측정했다.

러셀 엔젤먼 교수는 “둔클레오스테우스의 몸길이는 9m에 한참 못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에는 물고기의 몸집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거의 모두 동원됐는데, 결국 두개골 높이와 폭을 통해 이 고대어는 4m를 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둔클레오스테우스는 상어와 비슷하게 묘사됐으나, 비교적 짧은 머리를 가진 참치 같은 거대하고 땅딸막한 체형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