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가 대체로 경쟁을 피하지 않는 이유는 진화 과정에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 인구의 대략 10%인 왼손잡이는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는 경향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탈리아 단눈치오대학교 진화생물학 연구팀은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월 호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왼손잡이는 상대가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불시의 공격을 선호한다는 선행연구에 주목했다. 대학생 및 일반 시민 등 건강한 성인 325명을 모집한 연구팀은 설문조사와 면담을 통해 왼손잡이가 대체로 실수를 불안해하고 승부를 꺼리는 경쟁 회피 심리가 낮다고 결론 내렸다.

역투하는 왼손잡이 투수 <사진=pixabay>

단눈치오대 줄리아 프레테 연구원은 "왼손잡이가 싸움에 유리한 이유는 상대가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시 공격이 능하기 때문"이라며 "세상의 약 90%인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를 만나면 도통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 때문에 실제 싸움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싱이나 테니스 같은 대인 스포츠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한 이유는, 이 희소성이 만들어내는 전술적 우위로 생각된다. 연구팀은 이런 유리함을 본능적으로 아는 왼손잡이가 경쟁을 피하지 않고 승부에 자신감을 갖는다고 추측했다.

다만 연구팀은 왼손잡이가 선행연구들이 주장한 대로 승부욕이 지독하게 강하고 공격적이지는 않다고 봤다. 일단 경쟁이 시작되면 ‘지겠으니 그만두자’는 생각에 머뭇거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버티며 도전을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다. 

사우스포 복싱 선수.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영화 '내일의 죠' 스틸>

연구팀은 왼손잡이의 이런 특성이 진화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줄리아 연구원은 "만약 왼손잡이가 지금보다 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움직임에 익숙해져 예측하기 어려운 강점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어떤 특징이 집단 내에서 일정 비율로만 유지되는 메커니즘은 진화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왼손잡이의 수가 세계 인구의 약 10%인 채로 수천 년 유지된 것은 너무 많아지면 강점이 약해지고 너무 적으면 개성이 사라지는 진화의 저울이 작용한 결과"라며 "오른손잡이가 인구의 10%였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성격 차이는 속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개방성과 성실성, 외향성, 협조성, 신경증 경향 등 지표를 분석했더니 양자 간의 기본적인 성격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즉, 왼손잡이가 태어날 때부터 공격적이거나 적극적인 것은 아니며, 오직 경쟁 상황에서만 특성을 드러낸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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