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시작되면서 한낮 기온이 부쩍 올라갔다. 서울의 경우 25℃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가 찾아오면서 올여름은 또 얼마나 무더울지 사람들을 한숨짓게 한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는 “오늘따라 시간이 안 간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단순한 기분 탓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선행연구들은 체온 상승이 뇌의 시간 인식 메커니즘을 왜곡할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시간을 인지하는 능력은 뇌의 생체시계(internal clock)에 의해 조절된다. 이 시스템은 신경세포의 발화 속도,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그리고 전반적인 대사율에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더운 환경이 이 모든 요소를 동시에 흔든다는 점이다.

더위 속에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느끼는 것은 생체시계와 관련이 깊다. <사진=pixabay>

프랑스 신경과학자 실비 도와 볼레 연구팀은 인간의 감정과 시간 인식에 관한 실험 결과를 2006년 발표했다. 피실험자를 서로 다른 온도의 환경에 머물게 하고 시간 간격을 추정했더니, 고온 환경에 놓인 집단이 실제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고 여기는 경향이 파악됐다. 연구팀은 체온 상승이 신경 처리 속도와 주의력에 관련된 뇌의 기능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봤다. 

이보다 앞선 동물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미국 심리학자 워렌 메크는 1996년 발표한 조사 보고서 ‘신경약리학적 시간 인식(Neuropharmacology of timing and time perception)’에서 체온과 대사 상태 변화가 뇌의 시간 인식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특히 체온이 높아질 경우 신경계의 리듬이 변하면서 시간 판단의 정확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연구도 더위에 노출된 뇌의 시간 인식 변화를 시사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쿠로사와 겐 박사 연구팀은 2025년 내놓은 보고서 ‘인체가 더위에 시간 인식을 유지하는 법(How our body keeps time in the heat)’에서 온도가 높아질수록 생체시계의 작동 방식이 변하며, 체감할 정도의 시간 왜곡이 발생한다고 재확인했다.

온도의 변화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차이가 느껴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다. <사진=pixabay>

이론물리학을 동원해 온도가 변하더라도 생물학적 시계가 어떻게 24시간 주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지 살핀 연구팀은 고온이 집중력과 주의 분산에 영향을 줘 시간인식 오류를 심화한다고 언급했다.

더위가 주는 인간의 생체시계 왜곡 현상은 일상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폭염 속에서는 단순히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집중력 저하와 업무 효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더위로 인한 피로와 탈수는 뇌의 정보 처리 속도를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시간 지각 왜곡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학자들은 무더위에 야외 작업을 하다 쓰러지는 사고가 이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결국 여름철 시간 감각의 변화는 착각이 아니라 생리적·신경과학적 반응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작업 효율을 유지하고 생명을 지키려면 실내 온도 조절과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휴식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더위 속에서 ‘시간이 늘어진다’는 느낌은, 어쩌면 몸이 보내는 가장 직관적인 경고 신호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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