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00년 전 중국인들이 투구꽃 독을 이용, 환자를 마취해 외과수술을 행한 증거가 발견됐다. 투구꽃속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 대략 250종이 존재하며, 고대로부터 독초로 유명했다.

중국 시베이대학교 연구팀은 27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명대 의사의 무덤 속 부장품 조사 과정에서 투구꽃을 이용한 마취 및 외과수술 흔적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투구꽃을 활용한 국소 마취의 화학적 증거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 명대 외과의사 샤췐이 사용한 철제 가위 <사진=시베이대학교>

연구팀은 1974년 중국 동부 장쑤성 장인시 명대 무덤에서 나온 샤췐(하천)이라는 의사의 부장품을 재조사했다. 샤췐은 1348~1411년 활동한 것으로 생각되는 저명한 의사다. 그의 부장품에 포함된 수술 도구에는 잔류물이 묻어있었으나 1970년대 기술로는 화학 조성을 분석할 수 없었다.

발굴로부터 대략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연구팀은 샤췐이 사용한 철제 가위와 핀셋에 들러붙은 잔류물을 유도 라만 산란(SRS)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유도 라만 산란 현미경 이미징 기술은 레이저를 시료에 쏴 내부의 광자를 산란한 뒤, 그 패턴을 분석해 시료의 구조적 특징을 알아낸다.

SRS 현미경 이미징 기술로 분석한 결과, 샤췐의 가위와 핀셋에서 투구꽃 독이 검출됐다. <사진=시베이대학교>

조사 관계자는 “유도 라만 산란 현미경은 물질의 조성을 정확히 특정하고 성분 분포를 매핑하는 고도의 광학 기술”이라며 “샤췐이 남긴 수술 도구는 세척하기 어려운 틈이 있어, 수술과 관련된 잔류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수술 도구에서 채취된 잔류물 일부는 투구꽃에서 추출되는 유독 성분 아코니틴이었다”며 “아코니틴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구토, 호흡곤란, 심장발작 등을 일으키지만 동양 전통 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진통제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독성 물질 아코니틴을 가진 투구꽃 <사진=pixabay>

연구팀은 수술 도구에서 검출된 아코니틴이 중국에서 나는 미나리아재비과 식물 오두(학명 Aconitum carmichaelii)에서 추출한 것으로 봤다. 명대 의학을 다룬 문헌에는 아코니틴의 독성을 완화하기 위해 소년의 소변 또는 식초, 검은콩 달인 물을 썼다는 기록이 나온다. 연구팀은 명대 사람들이 이런 처리를 거친 아코니틴을 분말로 만들어 환부 마취에 썼다고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중국 명대 의학서에 기록된 마취 처방 기록을 봐도 투구꽃의 독이 수백 년 전부터 마취에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며 “당시 의사들은 철제 수술 도구를 썼고, 국소 도포 및 복합 처방 등 엄격한 규칙에 따라 투구꽃의 독성을 제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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