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자아 인식(mirror self-recognition) 능력이 해양 포유류 흰돌고래(벨루가)에서도 확인됐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소수의 동물만 가진 고도의 기능으로 통해왔다.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헌터 칼리지 연구팀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20일 자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미국 뉴욕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흰돌고래 4마리를 대상으로 거울 테스트를 실시했다. 거울 테스트는 동물의 몸에 마크를 붙이고 거울을 보게 한 뒤 행동을 살핀다. 4마리 모두 거울을 본 경험이 없었는데, 최종적으로 한 개체가 뚜렷한 거울 자아 인식 행동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처음 2시간 동안 2마리만 거울에 비친 자신을 향해 턱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반복적으로 까딱였다. 연구팀은 다른 흰돌고래가 거기 있다고 생각한 행동이라고 짐작하고 면밀히 살폈다.
이들 흰돌고래는 이윽고 머리를 반원을 그리듯 천천히 움직였다. 이때 거울 속 상이 자신과 연동해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듯했다. 두 번째 세션이 되자 2마리는 새로운 행동을 보였다. 입을 크게 벌려 들여다보거나, 세로로 회전하면서 몸의 여러 부위를 관찰했다.
거울 테스트의 핵심이 되는 실험은 마지막에 이뤄졌다. 각 개체가 직접 볼 수 없는 신체 부위에 마크를 붙이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나타샤라는 이름이 붙은 개체 한 마리만 거울에 향해 여러 각도로 헤엄치면서 마크가 붙은 부위를 확인하려 했다. 나타샤는 머리를 위아래로 반복해 움직였고, 입을 여닫거나 기포를 내뿜었다.
조사 관계자는 “거울 자아 인식은 지구상에서 극히 적은 종이 가진 특수한 능력”이라며 “흰돌고래에서 거울 자아 인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은 대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낯선 개체로 여겨 위협하거나 무서워 도망간다”며 “거울에 비친 상이 자신의 것임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력은 인간,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아시아코끼리, 범고래, 까치 정도만 가졌다”고 덧붙였다.
흰돌고래는 북극권과 아북극권 바다에 서식하는 온몸이 하얀 고래의 일종이다. 수컷 약 5.5m, 암컷 약 4m까지 자라며 이마가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멜론이라 칭하는 이 부위에 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기관이 자리한다. 등지느러미는 없지만 독특한 융기를 이용해 유빙 아래를 자유롭게 헤엄친다.
동료와 유대가 강하고 복잡한 소통 체계를 가진 고지능 동물로 알려진 흰돌고래는 성체 기준 약 13만 마리가 북극권에 서식한다. 어업과 선박 항행, 석유·가스 개발, 기후변화 등 여러 위협에 노출돼 개체가 줄어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거울 자아 인식이 덩치가 큰 고등동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본 오사카공립대학교 코우다 마사노리 교수 연구팀은 2022년 조사 보고서를 내고 성체의 최대 몸길이가 10㎝에 불과한 청줄청소놀래기 역시 거울 자아 인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후 학계의 검증을 받은 청줄청소놀래기는 어엿한 거울 자아 인식 동물로 기록됐다.
조사 관계자는 “이 관점에서 보면, 거울 자아 인식은 뇌의 크기나 지능보다는 고도의 사회성을 가진 동물이 가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거울 자아 인식이 확인된 동물은 모두 동료와 관계가 복잡하고 사회성이 높은 종들”이라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