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뇌를 조종하는 ‘서브리미널 효과’는 1950년대 광고에도 도입됐다. 미국의 광고전문가 제임스 비카리는 코카콜라 실험을 통해 서브리미널 효과를 광고에 도입해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카콜라 실험
비카리는 1957년 뉴룩 심리학자들의 분석에서 힌트를 얻어 서브리미널 효과를 광고에 도입키로 했다. 비카리는 먼저 실험을 통해 서브리미널 효과를 스스로 입증해야 했다. 이를 위해 비카리가 행한 실험이 그 유명한 ‘코카콜라 실험’이다.
비카리는 미국 뉴저지 자동차극장에서 영화 상영 중 관객에게 알리지 않고 “코카콜라를 마셔라” “팝콘을 먹어라” 등 영화와 관계없는 메시지를 스크린 속에 내보냈다.
메시지는 아주 짧게 등장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영화 상영 직후 코카콜라는 18.1%, 팝콘은 무려 57.7%나 더 팔려나갔다. 비카리는 그제야 이런 현상을 ‘서브리미널 효과’라고 명명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서브리미널 효과의 실체를 믿기 시작했고, 영화와 TV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인간을 조작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광고기획자들의 수법
비카리의 실험 이래 광고기획자들은 서브리미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레이·제임스 유족의 주장처럼 음악 등에 메시지를 넣는 ‘백워드 마스킹(backward masking)’이나 영상 일부에 인간이 지각할 수 없는 짧은 시간, 통상 초당 1/30프레임의 영상을 삽입하는 ‘시크릿 피치(secret pitch)’가 대표적이었다.
백워드 마스킹은 주다스 프리스트 외에 비틀즈, 레드 제플린 등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비틀즈의 ‘Obladi Oblada’와 ‘Revolution number 9’,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이 대표적인 곡이다.
서브리미널 효과를 노린 광고들은 급기야 1970년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 윌슨 브라이언 키 교수는 1974년 베스트셀러 ‘서브리미널의 유혹(Subliminal Seduction)’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보는 광고 속에는 섹스, 죽음, 성기 등 금기시되는 메시지가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메시지들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비자들을 지배하고, 구매 욕구를 높인다는 게 키 교수의 설명이다. 키 교수는 이후 쓴 다른 책에서 유명한 기업들의 서브리미널 광고를 열거하고 그 속에 숨은 메시지들을 제시했다.
키 교수의 주장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당연히 기업들은 크게 반발했다. 키 교수의 주장은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현재는 서브리미널 광고가 일본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금지돼 있다.
■시크릿 피치
서브리미널 광고기법의 한 종류인 시크릿 피치는 주로 영화에 사용돼 왔다.
시크릿 피치를 처음 도입한 영화는 1973년작 ‘엑소시스트(Exorcist)’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에는 ‘캡틴 하우디’라는 인물의 영상이 아주 짧지만 꾸준히 삽입됐다. 도살장에 끌려간 돼지의 울부짖음도 백워드 마스킹됐다. 영화를 보는 이들이 막연한 공포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적 작업이었다.
작품 속에서 시크릿 피치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1999년작 ‘파이트 클럽’에서 주인공 브래드 피트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심야극장에서 1/30프레임의 포르노 영상을 반복적으로 영상에 집어넣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소녀가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시크릿 피치의 위력을 잘 보여준다.
■서브리미널 단순노출효과
서브리미널 효과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이론적으로 증명하려는 연구도 진행됐다. 주로 심리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했는데 ‘서브리미널 단순노출효과(subliminal mere exposure effect)’나 ‘프라이밍 이론(priming theory)’이 유명하다.
친밀성효과라고도 하는 단순노출효과는 실제 만난 적이 없는 인물이라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한 번이라도 접했다면 그렇지 않은 인물보다 호감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노출효과는 1980년 윌슨이라는 교수가 실시한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프라이밍 이론
‘프라이밍 이론(priming theory)’은 뇌가 먼저 반응한 익숙한 자극이 나중에 주어진 자극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일테면 사람들은 콜라 하면 단맛이 강한 검은색 탄산음료를 떠올린다.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콜라=검은색’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업체가 붉은색 콜라를 출시했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프라이밍 이론에 따라 붉은색 콜라에 막연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 기업들은 프라이밍 이론에 따라 이런 어이없는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서브리미널 효과는 없다?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한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되면서 실제로 서브리미널 효과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점차 커졌다.
1978년 미국 캔자스 경찰은 살인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뉴스 영상 속에 “경찰에 신고하라”는 메시지를 삽입했다. 내심 코카콜라 실험에서 나타난 효과를 기대했던 경찰은 신고전화가 걸려오지 않자 크게 실망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서브리미널 효과가 부풀려져 소개됐으며 실제로는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코카콜라 실험은 사람들이 고도로 집중하는 영화 상영 도중 진행됐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는 어느 정도 집중력이 분산되므로 서브리미널 메시지가 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코카콜라 실험을 진행했던 비카리 역시 나중에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1962년 인터뷰에서 “서브리미널 효과가 실존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졌다. 단지 그 효과 때문에 콜라 매출이 올라간 것인지 현재로서는 단정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등 고도로 집중할 때 백워드 마스킹이나 시크릿 피치에 쉽게 걸려들며, 여전히 일부 범죄자나 광고기획자들이 교묘하게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끝>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