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예로부터 삶과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에 집착해 왔다. 사람은 과연 죽은 뒤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 또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기 위해 애를 썼다. 종교가 여기서 출발했고, 숱한 이론이 탄생했으며 관련 논란이 지금도 계속된다.

숨이 멎더라도 사람의 정신적 기능은 잠시나마 계속될 가능성은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일설에 따르면 심정지로부터 기적적으로 회복한 사람 중 4~18%는 사후세계를 다녀오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임사체험이다.

■헤밍웨이도 겪은 사후세계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현대문학의 거장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젊은 시절 1차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총상을 입었다. 죽다 살아난 그는 당시 체험을 가족에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뭔가 슥 빠져나가는 느낌이야. 죽는다는 건 아주 심플하더라고.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됐어. 적어도 내게 있어 죽는 건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간단할 거야.”

영혼이 육체를 떠나 하늘을 날다 되돌아오는 기적 같은 현상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 헤밍웨이는 자신의 기묘한 체험을 대표작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도 묘사했다. 괴저병에 걸려 죽어가는 주인공이 친구의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라 킬리만자로 정상에 다다를 때의 감정묘사가 유명하다. 과연 헤밍웨이도 겪은 임사체험은 무엇이며, 그 내용은 모두 사실일까.

■임사체험(NDE)이란 

임사체험은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의 경우 발생확률이 높다. <사진=영화 '플랫라이너' 스틸>

임사체험은 영어로 ‘NDE’라고 한다. ‘near death experience’의 약자다. 오랜 병자보다는 외상이나 심장발작, 무호흡, 쇼크 등 갑작스러운 상황에 빠진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사실 임사체험 확률은 생각보다 높다. 병원에서 심정지를 당한 환자 10명 중 1명이 임사체험을 주장할 정도다.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난’ 사람이 잘 겪기에, 의료기술이 발달한 요즘 더 많이 관찰된다.

현재 의학계에서 임사체험은 실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죽음의 상황에서 되돌아온 사람들 말에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못쓰게 된 육체로부터 날아오른다” “일상생활과 완전 동떨어진 세계에 진입한다” “늘 보던 공간, 시간, 경계로부터 해방된다”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긴 터널을 걷다 마지막에 강렬한 빛을 본다” 등이 대표적이다. 생사와 관련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조우하거나 천사 같은 영적존재와 만났다는 사람도 있다.  

임사체험은 신 같은 압도적 존재를 느끼거나 육체의 고통에서 해방되고 우주와 하나가 되는 등 대체로 좋은 느낌을 받지만 반대도 있다. 엄청난 공포, 고뇌, 고독, 절망을 임사체험 중 느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후세계에 대한 호기심

생생한 지옥묘사로 유명한 1981년 영화 '사후세계' <사진=영화 '사후세계' 스틸>

임사체험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세기 후반이다.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주도했다. 여러 사례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고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면서 일반의 관심도 커졌다.

가장 유명한 인물은 버니지아대 심리학교수 레이먼드 A.무디 박사다. 1975년 저서 '다시 산다는 것'이 반향을 일으켰고 '삶 이후의 삶'도 히트했다. 임사체험이란 단어 자체를 무디가 만들었다. 버지니아대학 인지연구부의 브루스 M.그레이슨 박사도 이 분야의 유명인사다. 

두 박사는 우스갯소리 또는 헛소리로 여겨지던 사람들의 사후세계 이야기를 실증하려 했다. 사람들이 겪는 강렬한 임사체험은 허구나 상상이 아닌 분명한 사실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거듭했다. 우리의 사고, 기억, 지각, 체험 등은 모두 초자연적 현상이 아닌 뇌의 자연스러운 인과력이자 불가항력의 결과라고 전제했다.

문제는 임사체험을 자연의 틀 안에서 설명하고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느냐였다. 임사체험의 경우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세로토닌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봤지만 실증까지는 첩첩산중이었다. 강력한 마약인 LSD를 비롯해 일명 ‘신의 분자’인 초강력 환각제 5-MeO-DMT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현상이므로 일상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걸 밝혀내야 했다. 이런 실험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생생한 증언…역사는 기억한다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부정할 지는 모르나, 유명인 중 실제 겪었다는 경험담은 적잖다. 앞서 언급한 헤밍웨이 외에 1791년 영국의 해군제독 프랜시스 보퍼트가 사후세계를 경험했다. 익사할 위기를 겨우 넘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죽느냐 사느냐 절박한 상황에 아주 평온하고 조용한 감정이 이어졌다. 아무 고통도 없었다. 온몸의 감각이 아주 생생하고 기분이 좋았다.”

1900년 기록을 보면 또 다른 임사체험이 등장한다. 포도상구군을 발견한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외과의사 알렉산더 오그스턴(1844~1929)이 주인공이다.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오그스턴은 임사체험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아무 감각이 없는 상태로 옆으로 누워있었다. 희망도 절망도 없었다. 일순간 몸과 마음이 아주 무거워지더니 심신이 따로 분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영혼이 빠져나오는 느낌이었을 거다.”

특히 알렉산더 오그스턴은 생전 임사체험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몸이 쇠약해져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의 기분을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 몸이 내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필시 또 임사체험을 한 것이리라. 정신이 이따금씩 육체를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 내게 밥을 먹여주고 간호를 하고,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가겠지. 하지만 죽음이 내 주위에 맴도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1991년 병원에서 긴급 위수술을 받은 키프로스의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술 후 나흘째가 되던 날 쇼크상태에 빠졌다. 몇 시간이나 의식이 없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정신이 또렷했다. 날 수술대에 눕힌 외과의와 마취의가 나누는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 난다. 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온 게 느껴졌다. 아픔은 전혀 없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내 얼굴을 가엾게 바라본 기억이 생생하다.”

여성은 다음과 같은 글도 남겼다.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온 생각이 들었다. 우주를 유영하듯 몸이 두둥실 떠다녔다. 곧 커튼이 친 것처럼 어둠이 찾아왔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원래 제 몸으로 영혼이 빨려들어갔다. 곧바로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사람들의 경험담을 종합하면, 임사체험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나이, 성별, 직업의 구분이 없다. 특히 종교도 무관하다. 신의 존재를 믿고 천국과 지옥을 구분하며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사후세계가 보이는 것이 아니다. 무신론자들 역시 강렬한 임사체험을 하곤 한다.

■사후세계가 실존?…계속되는 논란

사후세계를 다룬 영화 '플랫라이너' 포스터

사체험은 실존하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아직 무리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신경학적으로 정확히 결론을 낼 수 없는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죽음의 정의는 ‘뇌기능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판단되는 상태’다. 뇌가 소생을 위해 혈류나 산소를 필사적으로 요구할 때 환자는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고, 뇌파도(EEG) 즉 뇌내의 전위변화를 기록한 파형이 일직선이 된다. 이는 뇌의 가장 바깥층인 피질 내의 광범위한 부위에서 분산된 전기활동이 붕괴됐음을 의미한다. 정전된 도시처럼 뇌의 일부분들이 차례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이 상태에서도 자극과 흥분을 전달하는 뉴런의 활동은 살아있다. 때문에 사람의 체험이나 기억 등에 따라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임사체험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전원이 나가 뇌 전체가 꺼졌을 때는 의식을 소멸하지만 흥분과 자극은 살아있다. 극적으로 산소와 혈류가 회복되면 뇌가 재부팅되고, 짧은 시간 체험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이것이 임사체험이다.

흥미로운 점은 원심기 훈련을 받은 미 항공우주국(NASA) 조종사에게도 임사체험이 관찰된다는 사실이다. 대개 중력의 5배에 몸이 노출되면 심장혈관계 시스템은 뇌로 혈액공급을 중단하고 조종사는 기절한다. 중력이 해제되고 10~20초 후에 의식이 돌아오는데 그 사이 혼란과 방향감각 상실 등이 뒤따른다. 이런 경험자들이 들려주는 체험담도 결국 터널이나 눈부신 빛이 보이는 임사체험의 그것들과 비슷하다. 

■임사체험과 경련의 유사성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임사체험과 경련의 유사성을 주장하곤 한다. 이 중에서도 ‘전간양경련(癲癎樣痙攣)’은 뇌의 특정 부위의 문제로 일어나는 부분적 의식장애다.

이 경련을 앓는 사람은 물건의 크기를 혼동하거나 미각, 후각 등 신체감각에 이상을 겪는다. 기시감, 자아상실, 도취감 등도 관찰된다. 바로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심각한 측두엽 전간양경련을 앓았다고 여겨진다. 대표작 ‘백치’의 주인공 미쉬킨 공작을 자신처럼 묘사했다는 설도 있다.

기록에 따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경련 직전 정신과 몸 전체가 새로 눈을 뜨는 기분에 휩싸였다.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한 순간이지만 불안이 엄습한다. 곧바로 끔찍한 경련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짧은 환희의 순간이 극심한 고통의 예고였던 셈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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