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옷이 없을 만큼 우락부락한 근육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욕구불만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홈트레이닝이 유행하는 가운데, 근육을 어떻게 만들어야할 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참고할 만하다.

우리 몸의 뼈와 각 부위를 잡아주는 근육은 나이가 들면서 그 양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만큼 중요한 요소다. 적당한 근육이 몸에 붙으면 움직임도 좋아지고 온몸에 탄력이 생기며, 신진대사까지 좋아진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과신한 탓에 몸에도 어울리지 않게 과도한 근육을 만드는 사람이 더러 있다. 의학계에선 이를 신체추형장애의 일종인 '근육추형장애(muscle dysmorphia)'라고 부른다. 근육이 충분히 붙었는데도 더 많은 근육량을 원하는 일종의 강박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영화 '챔피언' 스틸>

근육추형장애는 최근 사례가 늘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근육운동을 좀 과하게 하는 것쯤으로 여겨지지만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불안, 우울, 약물의존 등을 부를 수도 있다. 심각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터키 오스만가지대학교 커림 셀비 교수 연구팀은 남성 보디빌더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근육량에 대한 강한 집착은 욕구불만과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 겉모습에 관한 집착의 원인이 '기본적심리욕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기본적심리욕구에 대한 연구는 다이어트에 잘못 빠져 거식증으로 발전하는 여성들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최근 근육량에 매달리는 남성들까지 그 영역이 확대됐다.

연구팀은 근육량에 대한 욕구를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에 대입해봤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차드 라이언은 인간이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하므로, 굳이 외적인 보상이 없더라도 충분히 어떤 행동을 한다는 의미에서 이 이론을 만들어냈다. 쉽게 말해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할 때보다 보상이 주어진 일을 할 때, 의무감 탓에 의욕을 더 잃어버린다는 이론이다. 

자기결정이론의 핵심은 기본적심리욕구다. 인간이 반드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생리적욕구와는 별도로, 건강한 삶을 위해 인간이 추구하는 심적 욕구를 의미한다. 이는 자율성(autonomy), 유능성(competency), 관계성(relatedness)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자율성은 남의 지시가 아닌 자기 의지로 뭔가 해낼 수 있다고 여기는 감정이다. 유능성은 스스로 능력이 있으며, 사회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믿는 감정이다. 관계성은 타인과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는 감정이다.  

사람은 이런 마음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대개 그것을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한 가지는 외부에 목표(완벽한 육체 등)를 설정하고 욕구를 대신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대상 행동, 예컨대 가혹한 훈련 등을 실시하는 방법이다. 다만 에드워드 데시와 리차드 라이언은 이들 방법으로는 인간의 기본적 심리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봤다. 오랫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면 심리적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영화 '챔피언' 스틸>

커림 셀비 교수 연구팀은 근육에 대한 집착과 욕구불만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위해 보디빌더 245명을 동원했다. 모두 남성으로, 평균 연령은 22세로 맞췄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하게 한 뒤 근육에 대한 집착이 있다고 판단되는 피실험자의 경우 기본적심리욕구 상태를 살펴봤다.

그 결과 근육추형장애로 보이는 보디빌더들에게서 다양한 욕구불만이 관찰됐다. 욕구불만이 강할수록 트레이닝에 집착하고 근육량에 민감했다. 자신의 몸에 붙은 근육이 항상 불만이며, 과도한 운동 탓에 부상하는 경우도 잦았다. 심하면 약물에 의존하는 보디빌더도 있었다. 특히 근육추형장애가 심한 경우, 사람들과의 관계도 틀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결정이론 상 관계성이 심하게 결여된 탓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커림 셀비 박사는 "사람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경우 완벽한 신체나 명성, 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착하는 가장 흔한 경우가 과도한 보디빌딩"이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근육에 대한 집착은 달성되든 그렇지 않든 사람을 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의기소침해지고, 목표치를 채우더라도 더 많은 근육을 원하게 돼 결국 몸을 혹사시키게 된다. 해외토픽에 종종 등장하는 과도한 근육맨들이 그런 경우"라고 언급했다. 

건강한 근육량에 대해 커림 셀비 박사는 "자신의 어떤 욕구불만을 대신하기 위해 헬스장을 끊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어떻게 해도 만족이 안 되고 행복감이 떨어진다면, 헬스장이 아닌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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