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에 따른 환경오염을 줄이고 축산업과 어업 등의 선진화를 위해 주목 받는 인공육(대체육) 시장. 과거 콩 등 식물의 단백질을 이용해 만들어지던 인공육은 최근 닭이나 돼지, 소의 세포를 이용한 배양육(cultured meat)까지 발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한 연구팀이 인간의 세포와 혈액을 사용한 배양육을 선보여 주목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육을 먹는 세상이 오리라는 개탄의 목소리도 나온다.
화제의 배양육은 내년 2월까지 영국 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리는 세계적 전시회 '비즐리 디자인 오브 더 이어(Beazley Designs of the Year)'에 첫 등장했다. 미국 생물학 연구소 American Tissue Culture Collection(ATCC) 소속 과학자들이 인체 세포에서 배양해 만든 스테이크는 전시회 참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우로보로스(Ouroboros)'라는 이 배양육은 개발에 참가한 과학자가 자기 뺨 안쪽서 직접 채취한 세포를 사용했다. '우로보로스'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뱀(용)으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다. 오구리 슌과 이쿠타 토마, 우에노 쥬리의 동명 일본드라마도 유명하다. 연구팀은 '우로보로스'가 무한한 순환을 의미하며, 완전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대체육 이름으로 정했다.
연구팀이 가축도 아닌 사람 세포를 이용해 배양육을 만든 이유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성이 보장되고 비용이 저렴해서다. 이들이 연구 중인 배양육은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소태아혈청(fetal bovine serum, FBS)에 비해 비용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세포나 조직배양에 사용되는 소태아혈청은 임신한 암소를 도살한 뒤 적출한 태아에게서 입수한다. 태아성 단백질 페투인(fetuin) 함량이 높고 세포 증식 및 유지가 효과적이며 다루기 쉬워 일반 세포 배양이나 신약연구, 인공육 개발 등에 이용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세포 배양 시 단백질 보충을 위해 FBS를 쓰려면 ℓ(리터)당 최대 700파운드(약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FBS를 이용한 대체육 생산이 과연 지구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지 생각하게 된다. 새끼를 밴 암소를 잡는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도 만만찮다.
ATCC 연구팀은 이런 난제를 풀 대체기술의 산물이 '우로보로스'라고 주장한다. 이 인공육은 자가 키트를 사용해 자신의 세포에서 간편하게 배양할 수 있으며, 시일도 3개월이면 충분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면봉으로 볼 안쪽 세포를 채취한 뒤 미리 양성해둔 버섯 균사체에 배양하면 된다"며 "사람 혈청을 주입해 단백질을 공급하므로 FBS도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로보로스'는 축산업이나 어업으로 충당하지 못할 인류의 단백질 공급을 책임질 해결책"이라며 "막대한 비용과 동물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기존 세포 배양법과 달리 윤리적 논란에서도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로보로스' 스테이크는 연구팀 관계자의 세포에 폐기 기한이 임박한 수혈용 혈액에서 뽑아낸 혈청이 사용됐다. 당연히 일반 배양육과 달리 가격 면에서 우세하고, 임신한 소를 잡아 뱃속의 새끼를 희생시키는 일도 없었다.
다만 전시회 참가자 일부는 사람 세포와 혈청을 이용한 '우로보로스'가 엄연한 인육이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일부 참가자는 "사람을 잡아 먹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과 다를 바가 없다. 인육을 먹느니 고기를 끊겠다"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우로보로스' 개발진 역시 인육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와 관련, ATCC 관계자는 "인체의 단백질 수요를 충족하는 현실적 해결책으로 카니발리즘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과연 FBS 같은 값비싼 재료를 계속 써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인류가 육식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느냐라는 물음의 산물이 우로보로스"라고 말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폭발적인 인구증가에 따라 2030년경 현재의 축산업 및 어업으로는 인류의 단백질 공급을 충족하기 어렵다. 때문에 각국은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 배양육 연구에 매달려 왔다. 2025년경 배양육 시장규모는 6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하리라는 예측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