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SNS에 공유한 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완벽한 인간상'을 그려냈다. 예쁘고 잘생긴 데다 몸매가 하나같이 근육질이라는 점에서 대중이 생각하는 이상적 외모를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섭식장애 연구 기관 불리미아 프로젝트(The Bulimia Project)는 24일 공식 채널을 통해 그림 생성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취향을 바탕으로 그려낸 '완벽한 인간상'을 공개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SNS에 올리는 인간 외모와 체형에 관한 글과 사진, 영상을 그림 생성 AI에 학습시켰다. 이번 실험에는 오픈 AI의 '달리2(DALL-E2)', 스테빌리티 AI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미드저니의 '미드저니(Midjourney)'가 동원됐다.
우선 불리미아 프로젝트는 각 AI에 2023년 전 세계 SNS에 올라온 완벽한 체형 정보를 토대로 이상적인 남녀를 그리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AI들은 남녀 모두 날씬하거나 극단적인 근육질로 묘사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그려진 이미지의 40%(여성 37%, 남성 43%)는 군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근육질 몸매였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의 경우 대부분 금발에 갈색 눈동자를 가졌고, 피부색은 절반 이상이 올리브색이었다"며 "남성은 70% 가까이 갈색 머리였고 눈동자와 피부색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갈색과 올리브색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SNS의 범주를 벗어나 2023년 남녀 외모에 관한 모든 정보를 토대로 완벽한 인간상을 그리게 했다. AI들이 그린 그림은 피부·머리색·눈동자 색깔이나 인종의 다양성에서 다소 변화가 나타났지만 다들 근육질의 건강한 몸이라는 점은 직전 실험과 똑같았다.
불리미아 프로젝트에 따르면, 달리2와 스테이블 디퓨전, 미드저니 모두 거의 모든 여성을 날씬하게 묘사했다. 이런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드저니였다. 달리2가 그린 남성은 대부분 보디빌더의 몸을 포토샵으로 정교하게 다듬은 듯 인공미가 강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이번 실험의 목적은 AI의 기계적 바이어스, 즉 편견이 야기하는 잠재적 위험성을 알아보는 것"이라며 "AI가 생성한 남녀의 체형은 아무리 애써도 실현하기 힘들다. 어른과 아이를 포함해 개인의 이상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리미아 프로젝트는 이번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SNS에 올린 이상적 체형의 정보들이 대부분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AI가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인간의 건강이나 보편적 가치, 이상형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AI를 통해 간단히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AI의 놀라운 능력을 활용한 실험들을 통해 인간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