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영매. 그들의 능력에 대해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실험이 실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학교 슈워츠 센터 연구팀은 3일 '이미지 분류 작업을 통한 영매와 무능력자의 정확도 및 신경작용의 연관성(Accuracy and neural correlates of blinded mediumship compared to controls on an image classification task)'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 논문은 신경과학 및 심리생리학 을 다루는 미국의 과학저널 '브레인 앤 코그니션(Brain & Cogni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실험은 죽은 사람의 얼굴 사진 180장(사망하기 몇 년전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기사고와 교통사고,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들 사진을 골라내는 식이었다. 실험에는 자신을 영매라고 주장하는 12명과 영적 능력이 없는 일반인 12명이 참가했다. 연구팀은 이들에 대한 뇌파(EEG) 및 심전도(ECG) 측정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일반인들은 무작위로 사망 원인을 찍는 경우보다 4% 높은 확률로 사망 원인을 추측해냈다. 반면 영매들은 일반인 보다 더 낮은 정확도를 보였다. 심지어 찍어서 사인을 맞힐 확률보다 정확도가 0.2% 떨어졌다.
논문은 영매들의 EEG와 ECG의 수치나 심박수가 일반 참가자보다 높았고 응답 시간도 긴 점에 주목했다. 실험 관계자는 "결국 영매들이 정답을 맞히기 위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미"라며 "정답률이 떨어진 것으로 미뤄 영적 능력은 가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이번 실험 전체를 관찰할 수 있었던 IFL사이언스라는 매체는 "영매가 사진을 볼 때 사망한 사람의 고통을 분명히 느꼈지만, 그 원인을 항상 식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보다 심도 있는 실험이 진행된 뒤 영매들이 가짜라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쨌거나 영매나 초능력자가 살인이나 실종 사건을 해결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게 사실이다. '멘탈리스트' 같은 범죄드라마에도 영매가 간혹 등장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영매들이 과학적 증거를 내놓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쉽지는 않다는 게 실험에서 드러났다"며 "이런 '테스트 방법'의 문제 때문에 영매들이 과학적 실험 참가에 주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