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를 위한 환각작용 없는 환각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중국과학원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강력한 환각제 LSD나 천연 환각 물질 실로시빈(Psilocybine)과 견줄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학계는 그간 중증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환각제를 응용하는 방안을 활발히 연구해 왔다. 일부 버섯에 든 활성화합물인 실로시빈이나 LSD 등 강력한 환각물질의 우울증 치료가 입증되면서 미국에서는 치료도 승인됐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환각제를 투여하는 데 따르는 부작용과 환자의 몸이 받게 되는 부담이다. 때문에 중국과학원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기관이 환각제이면서 환각작용이 없는 약물을 개발해 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5-HT2A라는 뇌 속 세로토닌 수용체다. 햇빛을 받으면 몸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울증을 실로시빈 등 환각물질을 이용해 치료하려는 학계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pixabay>

5-HT2A 수용체가 세로토닌이 작용하기 위한 경로라는 점, 그리고 우울증·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불안증 등의 표적 치료제로 응용이 기대된다는 사실은 과거 연구에서 이미 발견됐다. 다만 실로시빈이나 LSD 등이 5-HT2A 수용체와 결합될 경우 상당한 환각을 일으키고 만다. 아무리 항우울 효과가 있다고 해도 환자가 환각을 느낀다면 치료약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때문에 중국과학원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5-HT2A 수용체의 고유한 결합자리다. 약물의 일부 성분은 이와 결합해 환각을 만들어 냈지만 개중에는 결합자리와 호응해 환각을 만들지 않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합자리란 다른 분자와 결합하는 단백질 같은 고분자 상의 영역을 의미한다.

중국과학원은 이번 발견과 실로시빈에 관한 과거 연구를 바탕으로 IHCH-7113이라는 신약을 만들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실험쥐에 약물을 주입한 결과 환각을 보는 징후인 머리를 쥐어짜는 행동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스트레스와 부신피질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으로 우울증을 야기한 실험쥐에 약물을 투여하면 운동테스트 성적이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IHCH-7113이 실로시빈이나 LSD처럼 우울증에 듣는 환각물질을 포함하면서도 부작용인 환각은 일으키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이므로 사람에게 당장 적용하기는 이르나, 부작용이 없는 항우울 환각물질 연구를 진일보시켰다고 자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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