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볼 수 있는 등에가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로 유망시 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성형이 쉽고 값이 싸 인류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줬지만 생분해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버려져 환경을 크게 오염시켰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연구팀은 15일 미국화학회(ACS)를 통해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아메리카동애등에(Hermetia illucens)를 이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제조 가능성을 제기했다.

등에는 파리목 등에과 곤충으로 외형이 작은 벌과 비슷하다. 재래식 화장실이나 숲은 물론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50종 넘게 분포한다.

연구팀은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사탕수수 같은 식물의 글루코스를 활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글루코스 자체를 뽑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런 식물들은 활용 방법이 따로 있는 관계로 생분해 플라스틱의 자원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흔히 볼 수 있는 아메리카동애등에. 성충 사체에서 키틴을 뽑아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대체 원료를 찾던 연구팀이 아메리카동애등에에 눈을 돌린 건 등에 성충의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 아메리카동애등의 유충은 유기물 분해능력이 뛰어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이용된다. 일본에서는 단백질이 풍부한 아메리카동애등에 유충을 인공 사육해 가축 먹이로 공급한다.

유충 때 활용도가 높은 아메리카동애등에는 성충이 되면 곧 죽어버린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아메리카동애등에의 사체를 들여다본 연구팀은 몸의 주성분이 아미노당으로 이뤄진 다당류 키틴임을 확인했다.

실험 관계자는 "키틴은 당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폴리머로 게나 일부 곤충의 딱딱한 껍질의 주성분"이라며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면 등에 성충 사체를 모아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키틴은 게나 새우 껍질에서 추출되는데, 아메리카동애등에 성충의 키틴은 순도가 훨씬 높아 활용성이 뛰어나다"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 등에에서 키틴을 추출하는 데 이미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미세 플라스틱은 사람이 마시는 생수에서도 발견될 만큼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등에의 키틴으로 제작한 것은 흡수성 고분자 히드로겔이다. 불과 1분 만에 자기 무게의 47배나 되는 물을 흡수했다. 이를 밭에 뿌려두면 홍수 때 물을 흡수하고 가뭄이 들면 천천히 수분을 방출해 농가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등에로 만든 플라스틱은 자체 생분해가 가능하고 땅에 묻을 경우 다른 벌레가 분해를 촉진한다"며 "인간의 심장까지 침투한 미세 플라스틱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줄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등에 키틴의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팀은 조만간 폴리카보네이트나 폴리우레탄과 비슷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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