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회자되는 게 '백악관의 유령'이다. 2대 대통령 존 에덤스 시절인 1800년에 완공, 200여년이 넘는 역사 동안 백악관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스트 스팟(유령 목격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대통령 관저이자 집무실이라 그런지 백악관에 등장하는 유령은 주로 전직 대통령과 가족이다. 가장 활동적인 유령은 에이브러햄 링컨과 아들 윌리다.

토머스 제퍼슨과 앤드류 잭슨, 존 타일러, 윌리엄 헨리 해리슨 등 다른 대통령 유령도 곧잘 목격된다. 영부인 애비게일 애덤스(존 애덤스의 아내)와 돌리 매디슨(제임스 메디슨의 아내)을 봤다는 사람도 많다.

오랜 역사와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백악관 <사진=pixabay>

가장 유명한 백악관 유령 목격담은 1943년 백악관을 방문한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의 일화다. 백악관 2층 귀빈용 객실인 '링컨 침실(Lincoln's Bedroom)'에 묵은 처칠은 링컨의 유령을 목격했다. 목욕 직후 알몸 상태였던 처칠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지금 제 상황이 조금 불리한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링컨은 씨익 웃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1942년 네덜란드 빌헬미나 여왕의 이야기도 유명하다. 여왕은 백악관 침실 밖에서 나는 노크 소리에 문을 열었는데 거기에는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쓴 링컨이 서있었다. 여왕은 바로 기절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령에 가장 많이 시달린 사람은 헨리 트루먼이다. 1945년 루즈벨트의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트루먼은 누군가의 중얼거림과 발자국 소리, 이유없이 움직이는 물건 등에 늘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트루먼 대통령은 주위의 반대에도 유령이 자주 출몰하는 백악관 일부 구역을 불도저로 밀고 다시 건축했을 정도다. 이후에는 유령현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백악관 유령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링컨 <사진=pixabay>

과학자들은 백악관에 유령이 출몰하는 이유로 대통령직이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된 데 따른 환청이나 환각을 꼽는다. 백악관이 워낙 오래됐고 링컨과 같이 암살된 인물이 살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부통령 시절 유령을 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백악관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부통령 숙소인 '넘버 원 옵저버토리 서클(Number One Observatory Circle)'도 유령 목격담이 전해지는 곳이다.

이곳은 1974년 부통령의 공식 거주지로 지정돼 월터 몬테일을 시작으로 조지 부시, 댄 퀘일, 앨 고어, 딕 체니, 조 바이든, 마이크 펜스, 그리고 현재의 카멀라 해리스가 머물고 있다.

조엘 마틴과 윌리엄 J.번스의 저서 '대통령의 유령(The Haunting of the Presidents)'에 따르면 이곳에서 가장 먼저 유령을 발견한 것은 첫 거주자인 월터 몬데일 부통령의 딸 엘리노어다. 당시 10대였던 엘리노어는 어느 날 밤 창문 근처에서 유령을 목격하고 기절했다. 두 명의 무장 요원이 건물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 백악관처럼 유명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곳 역시 유령이 있다는 소문을 피하지는 못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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