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뼈다귀나 음식, 장난감 등을 땅에 파묻거나 소파 아래에 숨겨두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 행동은 언뜻 인간에게 이해가 안 될 법하지만 반려견 입장에선 다양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개조련사 겸 컨설턴트 테오티 앤더슨은 25일 SNS를 통해 "개가 뭔가 매장하는 이유는 나중을 대비해 저장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앤더슨은 SNS에 반려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반려견들의 특징들을 연재하고 있다.
앤더슨에 따르면 반려견이 뼈를 파묻는 행위는 일종의 '음식 숨기기(food caching)'다. 조상인 늑대의 본능을 이어받은 것으로, 개 말고도 많은 종의 새와 포유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행동이다.
음식 비축의 본능 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 개 행동분석가 케사르 밀란은 "매장은 소중한 물건을 음미하고 반복하려는 개만의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숨겨놓은 물건을 찾아내며 주인과 노는 것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로도 해석 가능하다. 물론 테리어나 닥스훈트 같이 당초 굴을 파고 사냥을 하던 일부 견종들은 당연하게 이런 경향을 더 강하게 보인다.
묻어놓은 것을 다시 파내는 것도 '개의 기분'에 따른 행위다. 앤더슨은 "어떤 개는 간식을 숨기고 일주일 동안 무시한다. 또 다른 개는 물건을 묻고 파내는 행위를 20번이나 반복한 뒤 결국 한 장소를 정한다"고 말했다. 물론 매장 본능이 없더라도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만약 묻어놓은 물건을 개가 찾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은 아니다. '응용동물행동과학(Applied Animal Behavior Science)'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개는 인간보다 약 1만배에서 10만배 정도 강력한 후각을 가지고 있어 은신처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개는 과연 어떤 종류의 물건을 땅에 묻고 싶어할까. 앤더슨은 "한때 돌맹이를 묻어놓은 개를 봤다"며 "이유는 모르겠으나 강아지에게 그 돌은 특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이해 못하는 개들만의 다양한 이유로 땅에 뭔가 소중한 것을 묻는 것"이라며 "억지로 못하게 하거나 벌을 주는 등 어긋난 반응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