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의 데이터와 과학자들의 노력이 멸종위기의 대왕고래(Balaenoptera musculus)를 살릴 돌파구를 만들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미국 연구팀은 최근 칠레 서부 해안 푸에르토 몬트 인근 코르코바도만에서 꼬리표를 붙인 대왕고래를 추적했다.

복잡한 해상 경로와 군도 및 피요르드로 구성된 이 해역은 세계적으로 수백 마리 밖에 남지 않은 대왕고래의 가장 중요한 여름 서식지다.

대왕고래는 몸길이 30m에 100t이 훌쩍 넘는 몸무게로 현존하는 동물은 물론 역사상 존재한 동물 가운데 가장 거대하고 무겁다.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위게에 처한 대왕고래는 임신 기간이 11개월로 2~3년에 한 번 출산하며, 새끼는 하루 2.5㎝씩 자라면서 10년간 어미 곁에서 성장해 개체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멸종위기에 놓인 대왕고래 <사진=pixabay>

대왕고래의 큰 위협 중 하나는 크릴새우를 잡아먹기 위해 수면 가까이 떠오를 때 발생하는 선박과 충돌이다. 이로 인해 고래가 중상을 입거나 죽는 일이 빈발했다. 특히 이 지역은 주요한 해상 운송 경로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연어 양식지 중 하나다. 고래에게 일어나는 충돌 사고는 멸종을 걱정할 정도로 큰 위협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대왕고래와 선박이 자주 마주치는 곳을 파악하기 위해 고래의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동시에 위성을 통해 얻은 칠레의 어업 및 양식업 데이터를 사용해 해상 교통 패턴을 작성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거의 보고되지 않은 사례와 제한된 모니터링 및 불충분한 데이터 등으로 인해 실제 충돌 확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팀은 15마리의 대왕고래를 8일에서 3개월간 꾸준히 추적했다. 또 10개월 간의 위성 데이터에서 포착된 4가지 유형의 선박을 모두 고려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박들이 다른 지역에서 온 배들보다 고래와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밝혀냈다. 조사 결과 연어 양식을 위해 출항하는 선박 비율이 전체 83%에 달했다.

인공위성이 수집한 대왕고래와 어선의 이동경로가 둘의 충돌방지를 위해 사용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어렵게 만든 차트는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발표됐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충돌 말고도 고래 보호를 위해 고려할 사항은 더 있다. 선박에서 일으키는 소음공해가 의사소통을 위해 저주파를 사용하는 대왕고래들에게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것. 따라서 2008년 도입돼 북대서양 참고래의 죽음을 크게 줄인 '선박충돌법(Ship Strike Rule)'을 통한 해상 교통량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칠레대학교 해양생물학자 루이스 로마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관리·조치가 긴급하게 필요한 특정 지역과 그 지역의 선박 충돌 및 소음 수준까지 명확하게 분석했다"며 "고래와 선박 사이의 유해한 상호 작용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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