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치면 뇌의 정보 처리 능력이 향상되고 기분까지 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어 피아노를 시작한 성인 초보자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배스대학교 연구팀은 2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소개된 논문에서 피아노 연주가 뇌의 다감각적 처리능력을 높이고 우울한 기분까지 풀어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피아노 연주가 뇌 활동에 주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성인 음악 초보자 31명을 모집했다. 이들을 A와 B, C 그룹으로 나누고 A 그룹은 11주에 걸쳐 매주 1시간 피아노 레슨을 받게 했다. B 그룹은 A 그룹의 연습을 청취했고 C 그룹은 음악과 무관하게 책을 읽었다.
그 결과 A 그룹 피아노 초보자들은 불과 몇 주 만에 시각과 청각이 관련된 다감각적 정보 처리능력이 향상됐다. 연구팀은 음악에 서툰 어른들도 악기를 연주하는 과정을 통해 뇌를 긍정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눈과 귀에 관련된 다감각적 능력은 일상생활, 예컨대 자동차 운전이나 도로 횡단, 인파에 뒤섞인 지인 발견, TV 시청 등 여러 상황에서 필요하다”며 “피아노 연습의 효과가 음악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A 그룹 구성원들은 무작위적인 빛의 반짝임과 비프음의 동시성을 판별하는 테스트에서도 B나 C 그룹보다 정확도 면에서 뛰어났다. 눈과 귀의 인지능력 개선 덕에 얼굴 사진을 구분하는 복잡한 테스트에서도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피아노 연습이 정신 건강 향상 및 우울증과 불안감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피아노 같은 악기 연주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라며 “악보를 읽고 그에 맞춰 손발을 움직이고 소리나 손의 감각에 따라 다음 동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몸은 물론 정신 건강도 회복됐다”고 전했다.
이어 “악기 연주는 눈과 귀가 받아들이는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므로 다감각적 훈련이 절로 되는 것”이라며 “피아노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 연주는 뇌 신경 네트워크가 저하되는 성인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므로 나이가 들었어도 악기 연주에 도전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고 강조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