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속성 때문인지 블랙홀은 연구자들의 관심도 끝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블랙홀에 대한 논문이나 보고는 거의 매주 발표될 정도다.

이번에는 과학자들이 '중간급 블랙홀'에 대한 연구 자료를 발표했다. 블랙홀은 그 질량에 따라 가장 작은 '항성 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 별질량 블랙홀)'과 가장 거대하고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로 구분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이론적으로 '중간질량 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일반적으로 항성 블랙홀(최대 태양 질량의 100배)보다 크지만, 초대질량 블랙홀(항성 블랙홀 질량의 10억배) 보다 작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중간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드물었고 그나마도 확실하거나 결정적이지도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구상성단(Globular cluster)'의 중심부에 위치할 수도 있는 중간질량 블랙홀의 속성을 밝혔다. 구상성단이란 항성이 원형으로 모여있는 것으로, 은하 중심의 주위를 위성처럼 돈다. 중심에 근접할수록 별의 밀도가 높아진다.

구상성단 'NGC 6397'의 허블 이미지 <출처=NASA>

연구팀은 지구에서 7800광년 떨어진 구상성단 'NGC 6397'의 중심에 중간질량 블랙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홀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년간의 허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단에 있는 별들의 궤도를 면밀히 관찰했다.

파리 천체물리학 연구소 에두아르도 비트랄은 "우리는 구상 성단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지만, 이 중심의 질량이 '점'처럼 가운데로 집중되지 않고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져있는' 모습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질량이 점처럼 모였다는 말은 초대질량 블랙홀을 의미하며, 질량이 퍼져있다는 것은 무거운 물체를 안쪽으로 보내고 대신 가벼운 물체가 바깥 쪽으로 밀려나는 '동적 마찰(Dynamical friction)'이 일정 범위에 걸쳐 일어난다는 말이다. 즉 작은 블랙홀이나 백색왜성과 같은 무거운 물질이 안쪽으로 모이며 가볍고 밝은 별을 밖으로 내보낸다는 이야기다.

이는 결국 '항성질량 블랙홀의 집단'이 구상성단의 중앙에 모여 합쳐지기 전에 중간질량 블랙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최근의 두 논문 결과와도 일치한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 합쳐져 실제 중간질량 블랙홀로 변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비트랄 연구원은 "우리 연구는 구상성단 중심에 있는 블랙홀 집합체의 질량과 범위를 모두 밝혀낸 최초의 사례"라며 "이는 블랙홀 생성은 물론 구상성단의 조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12일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저널을 통해서도 소개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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