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M.아우얼의 '대지의 아이들'은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 공존하던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1980년 나온 첫권은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 판매됐고, 세 번째 권은 초판 100만부를 찍어낸 최초의 책으로 기록된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대지의 아이들'은 크로마뇽인 소녀 에일라가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네안데르탈인 부족에 흘러들어가 그들의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인류의 기원과 선사시대 인간들의 생활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화제작이다.

학자들도 네안데르탈인이 크로마뇽인을 비롯해 호모 사피엔스와 접촉했을 것으로 주장한다. 8만~5만년 전 중동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가 이뤄졌다는 게 일반적 추정이다. 물론 이후 네안데르탈인은 멸망하고, 현재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와 뒤섞여 살았을지 모른다는 새 증거가 등장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연구원들이 찾아낸 증거는 이미 1928년 영국의 유명한 고고학자 도로시 개로드가 예루살렘 북쪽 팔레스타인 언덕에 있는 슈바 동굴에서 찾아낸 원시인 어금니와 석기다.

개로드는 발견 직후 어금니를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를 분실하고 말았다. 이후 소장품들은 여러 기관과 박물관으로 분산 배치됐다. 그리고 수 세기가 지난 뒤 자연사박물관 연구원들은 먼지 속에서 찾아내 분석한 어금니가 9세가량의 네안데르탈인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발견된 원시인 치아 <사진=영국 자연사박물관>

슈바 동굴은 이제까지 네안데르탈인이 발견된 장소 중 최남단이다. 중동 남부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범위는 삼림지대로 제한됐지만 슈바 동굴의 유물은 더 남쪽의 건조한 사막지대까지 퍼져나간 증거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인간진화 연구원 크리스 스트링거는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직접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슈바 동굴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불과 400㎞ 거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프리카까지 내려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어금니와 더불어 발굴된 석기는 호모 사피엔스만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매듭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누비안 르발루아(Nubian Levallois)' 기법으로 알려진 이 매듭법은 중동 남부에서 발견되며,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향한 증거로 간주된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의 기술을 사용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호모 사피엔스가 만든 도구를 단순히 소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런던대학교 고고학자 짐밥 블린크혼 교수는 "네안데르탈인 화석과 누비안 르발루아가 직접적으로 연관돼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우리가 이 기술과 호모 사피엔스를 바로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같은 지역에서 살았을 수도 있고, 이로 인해 기술이 전달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차이점을 정의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수록 '대지의 아이들'은 픽션(fiction)이 아닌 팩션(faction)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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