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유명 동물원이 관람객들의 스마트폰에 중독된 고릴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기야 자체 경고문까지 내걸고 스마트폰이 야기하는 중독 현상에 경종을 울렸다.

캐나다 토론토동물원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시설을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들이 고릴라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열어 보여주지 못하게 안내했다고 밝혔다. 동물원은 영리하고 호기심이 많은 고릴라가 방문객들이 보여주는 스마트폰 때문에 중독돼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고 양해를 구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현재 고릴라 존에 입간판 여러 개를 설치한 상황"이라며 "각 간판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지 않도록 간곡하게 요청하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영장목 동물인 고릴라는 지능이 뛰어나고 호기심이 많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영장목인 고릴라는 대단히 영리하고 호기심이 많다"며 "관람객이 보여주는 일부 콘텐츠는 고릴라를 중독시키며, 때로 불안하게 하고 이들의 가족관계나 행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원에 따르면, 2009년 태어난 수컷 고릴라 나시르는 관람객과 어울려 스마트폰을 보다 무리에서 멀어졌다. 동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시간이 점점 줄었고, 고릴라들의 특징인 사회성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고릴라가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 링컨파크동물원은 스마트폰에 빠져 동료들의 따돌림을 받는 16세 수컷 고릴라 아마레의 사연을 공개했다. 아마레 역시 나시르와 같이 관람객이 보여주는 스마트폰 영상과 사진에 매료돼 사회성이 떨어졌다.

스마트폰 중독은 동물에게서도 나타난다. <사진=pixabay>

관람객이 동물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반응을 즐기는 건 흔한 일이다. 다만 토론토동물원은 영장목 동물들의 경우 스마트폰 속 동영상에 너무 빨리 빠져들며, 마치 10대처럼 시간이 허락하는 한 화면을 계속 응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관람객의 스마트폰 사용을 동물원 차원에서 금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토론토 동물원 관계자는 "사육사, 관리자의 역할은 동물들이 자연스러운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라며 "야생이 아닌 동물원에 가둔 것부터가 모순이지만, 고릴라는 고릴라답게 살도록 하기 위해 관람객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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