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산후우울증을 겪을 수 있으며, 양육을 돕는 것이 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최근 몇년간 이뤄진 연구를 통해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한 연구에서는 4명 중 1명의 남성이 자녀의 출생 3~6개월 사이에 우울증을 겪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번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심리학자 올라이드 바미쉬빈 교수가 '정신의학 프런티어(Frontiers in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자녀가 태어난 첫 해에 양육에 많이 참가한 아버지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육능력에 자신감이 많을수록 ▲갓 태어난 자녀와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아이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더 많이 할 수록 1년뒤 우울증이 더 나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당초 인종·민족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저소득층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했다. 선진국에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나 육아 교육 프로그램이 일반화돼 있지만, 남성의 육아에 대한 역할이 무시되거나 제한되는 문화권도 있기 때문이다. 바미쉬빈 교수는 "이 분야에서는 인종·민족적 소수자 아버지들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남자도 산후우울증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다만 육아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은 인종이나 민족은 물론 연령, 학력, 취업여부, 부모와 동거여부, 결혼여부 등과 관계없이 모두 적용됐다.

연구팀은 미국 5개 지역 출신 아버지 881명을 대상으로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후 첫 인터뷰를 실시했고 이어 6개월과 1년 뒤 다시 설문조사했다. 각 시점에서 아버지들은 산후우울증에 대한 정도와 함께 부모로서 자신감, 물질적 지원, 아기와 혼자 또는 다른 사람과 보낸 시간 등을 밝혔다.

그 결과 인터뷰 대상자 중 상당수가 결혼하지 않았고 아기 어머니와 함께 살지 않았음에도 아기와 함께 한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됐다. 우울증이 개선되는 것은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의 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이 호르몬은 아버지가 자녀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증가한다.

바미쉬빈 교수는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며 "첫째 육아는 자녀에게 좋을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 더 좋다는 점이다. 두번째 아버지의 산후우울증도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이라며 "이는 아버지에게 영향을 줄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로서 능력이 있다고 느끼는 아버지는 자신의 역할에 더 만족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울증이 덜하다"고 지적했다. 아버지가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아기와 아버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다.

아울러 아버지가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공중보건정책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급 육아휴직이 있는 국가의 아버지는 휴가가 끝난 후에도 자녀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바미쉬빈 교수는 "앞으로는 유급 육아휴직의 영향은 물론 인종적으로 다양한 아버지의 우울증와 육아간 관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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