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된 새 논문은 지구에서 약 3억 광년 떨어진 남쪽 하늘에 위치한 은하단 '아벨(Abell) 2877'에서 '전파 해파리(radio Jellyfish)'를 찾아냈다는 내용이 담겨 주목 받았다.
은하단(galaxy cluster)이란 서로 중력에 의해 묶여있는 수백, 수천 개의 은하들로 구성된다. 이는 우주에서 가장 큰 중력속박 천체로 알려져 있으며, 강력한 중력으로 근처에 맴도는 은하들을 중심으로 빨아들인다.
이때 은하단을 채우는 뜨거운 가스의 압력에 의해 은하 안에 남아있던 차가운 가스들이 바깥으로 빠르게 밀려나며 긴 가스 꼬리가 만들어지는데, 해파리와 닮았다고 해서 ‘해파리 은하(jellyfish galaxy)’라고 부른다.
이번에 발견된 해파리는 가시광선으로는 보이지 않고 좁은 대역의 전파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전파 해파리'다. 폭이 100만 광년이 넘을 정도로 거대하며, 플라스마(plasma, 기체 상태의 물질에 열을 가하면 만들어지는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루어진 입자들의 집합체)로 구성된 몸통과 뜨거운 가스로 된 촉수를 가졌다.
이같은 해파리 은하는 과거에도 많이 발견됐다. 한국천문연구원도 지난 2017년 11억 광년 떨어진 은하단 ‘아벨 2670’에서 해파리 타원은하를 포착했다.
다만 이번 우주 해파리는 매우 좁은 대역의 주파수에서만 발견되고 나머지 대역에서는 유령처럼 갑자기 사라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국제전파천문학연구센터(ICRAR) 수석 연구원 토런스 호지슨 커틴대학교 교수는 "이 전파 해파리는 일반적인 FM 라디오 주파수 대에서는 밝게 관찰되지만, 200㎒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 은하 외 방출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또한 이렇게 큰 구조가 이처럼 '좁은 대역의 무선 스펙트럼(Ultra-steep-spectrum)'에서 관찰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전파 해파리는 '전파 불사조(radio phoenix)'라고 알려진 또 다른 이상 현상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불 속에서 타죽었다가 재에서 다시 탄생한 전설 속의 불사조처럼, 전파 불사조 역시 태어났다가 사라진 뒤 큰 에너지를 얻으면 다시 부활하는 우주 구조다. 즉 블랙홀 탄생과 같은 고 에너지 폭발로 방출된 전자 구름이 수백년간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점차 에너지를 잃고 사라지지만, 은하의 충돌과 같은 큰 사건으로 인해 에너지를 얻으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호지슨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해파리가 약 20억년 전 소수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분출한 강력한 플라스마 제트인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수백만 년에 걸쳐 사라지다가 최근 주변에서 충격파 에너지를 받으며 다시 활성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교수는 "그 에너지가 해파리 플라스마를 재점화시켜, 결국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해파리와 그 촉수에 불을 붙였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 해파리에 다시 불을 붙인 충격파가 어디에서 왔는지 등 몇 가지 의문이 남아있다. 과학자들은 수백 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된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Square Kilometer Array)'가 완성되면 다시 해파리를 자세히 연구할 예정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