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비롯된 '플렉스했다(flexing)'는 말은 원래 근육을 뽐내는 동작에서 유례된 것으로, '자랑질하다' 또는 '허세를 떨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비싼 물건을 구입했다' 정도로 이해되지만, 미국에서는 SNS에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는 것을 대표적인 플렉스로 꼽는다.

플렉스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들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한데, 과학자들은 나르시시스트들이 왜 플렉스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분석해냈다.

우선 2019년 사이콜로지 투데이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나르시시스트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나르시시즘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증상 자기애(subclinical narcissism)'다. 이는 20대의 약 10%가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임상학적 자기애(Clinical narcissist, Pathological Narcissism Inventory)'는 흔히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정신병으로, 전체 인구의 1% 정도에서 발견된다.

<사진=pixabay>

일반적인 나르시시즘도 두 가지로 다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거창한 나르시시즘(grandiose narcissism)'으로, 높은 외향성과 외부 반응에 대한 무시, 명백한 우월감 표현 등이 특징이다.

'취약한 나르시시즘(vulnerable narcissism)'도 있다. 자기애는 강하지만 자존감이 낮고 불안을 느끼며 비판에 매우 민감한 타입을 말한다. 이는 '과민한(hypersensitive)' 또는 '은밀한(covert) 나르시시즘'으로도 불린다.

최근 뉴욕대학교 임상심리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거창한 나르시시스트'다. 20대 참가자 270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연구팀은 나르시시스트들이 유독 SNS에서 자랑을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자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은폐하기 위한 행위다. 뉴욕대학교 메리 코월키트 교수는 "연구 결과는 나르시시즘이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 은폐하기 위한 보상적 적응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결국 나르시시스트가 보여주는 플렉스는 불안함을 덮기 위한 것이며,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로 보는 게 맞다. 연구팀은 "이전에 거창한 나르시시즘으로 여겨졌던 것이 실제로 정신병의 행동 표현으로 더 잘 이해된다"고 결론 내렸다.

<사진=pixabay>

최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나르시시즘 쪽으로 흘러가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예를 들어 대화 중 '우리'보다 '나'라는 단어 사용이 늘었고, 노래 가사에도 자기 중심적인 내용이 부쩍 증가했다. 실제 조사 결과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좋아하는 10대들은 1963년 12%에 불과했으나 1992년 80%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SNS가 나르시시스트에게 독이 된다고 봤다. 메리 코월키트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비교와 평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자존심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은 나르시시스트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여줄 때 뇌 스캔 결과 정서적 고통과 갈등을 드러낸다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2일 '성격과 개인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저널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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