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기억력은 물론 즐거움까지 빼앗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신경과학자 무이린 아이리쉬 교수 등 연구진은 12일 '브레인' 저널을 통해 치매와 우울증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치매가 초기에는 종종 우울증과 혼동되며 무쾌감증(anhedonia)과 연관돼 있다는데 착안, 치매 환자 121명을 상대로 연구를 실시했다. 이 중 87명은 전두측두치매(frontotemporal degeneration, FTD)라는 퇴행성 치매를 앓고 있었다. FTD는 주로 세 가지 형태의 증상을 나타내는데 ▲성격과 감정적 반응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읽기 및 이해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드물게 실어증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여러 가지 평가 도구를 사용해 FTD의 각 증상별 집단에서 나타나는 무쾌감증을 측정,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있는 나머지 34명의 지원자는 물론 51명의 건강한 노인과 비교했다.
결과 성격과 감정에 이상을 일으키는 FTD 환자와 읽기 및 이해 능력이 감소된 FTD 환자들이 실어증 FTD나 알츠하이머 환자들보다 기쁨을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뇌에서 쾌락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ices)이나 전두엽피질(prefrontal cortices), 섬 피질(insular cortex) 등에서 세포 손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CT 스캔 결과 밝혀졌다.
사실 치매와 우울증과의 관계는 이전 연구에서도 지적됐다. 알츠하이머 등 치매에 걸린 사람들은 열정이 없어지고 주변에 대해 무관심이 늘어나는 등의 무감각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쾌락의 상실이 FDT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무관심(apathy)이나 우울증(depression)과는 구별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아이리쉬 교수는 "삶의 단순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잃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해보라"며 "이 발견은 암울해 보일 수 있지만, 의사가 더 나은 진단을 내리고 결국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일상 활동에 대한 무쾌감증의 영향을 파악하고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 연구를 더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