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거나 상사에게 서류 결재를 받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과 연구진은 5일 로열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 저널을 통해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정 피로란 오랜 시간 동안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에서 발생하는 피로감이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결정 피로에 시달리면 사람들은 기본으로 돌아가 좀 더 쉽고 안전해 보이는 옵션을 선택하는 '기본 결정(default decision)'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연구원들은 한 달에 걸쳐 한 대형은행의 신용담당자 30명이 내린 2만6501명의 신용대출 건을 살펴봤다. 담당자들은 고객이 이미 대출을 받았지만, 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구조조정 요청(restructuring requests)'을 내리고 고객이 은행에 상환할 금액을 낮춰준다. 

<사진=pixabay>

대출 구조조정 요청에 대한 결정은 인지적으로 까다로운 작업이다. 신용담당자는 우선 고객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해 상환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위험 요소를 따져야 한다. 요청이 승인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만, 대출금이 전혀 상환되지 않는 경우보다 손실이 훨씬 적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구조조정 요청이 승인된 고객은 원래 상환 조건을 고수하도록 지시받은 경우보다 대출 상환 가능성이 더 컸다. 따라서 연구진은 담당자들이 모든 결정을 이른 아침에 내렸다면 은행이 추가로 50만달러(약 5억6300만원)의 대출 상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담당자들은 점심시간 직전에 대출 구조조정 요청을 내리는 경우가 훨씬 적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심리학자인 사이먼 슈날 교수는 "신용담당자는 오전에 더 관대한 대출 상환 조건을 부여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의향이 더 많았지만, 정오에는 결정 피로를 보였고 대출 구조조정 요청에 동의할 가능성이 작었다"며 "점심시간 이후에는 아마도 재충전된 상태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의 주 저자인 토비아스 배어는 "매우 객관적이고 특정한 재정적 조건에 의해 추진되는 결정조차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며 "이는 근무 시간 중 정기적인 휴식이 높은 수준의 성과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결론 내렸다.

현대의 작업 패턴은 장시간의 작업량과 더 높은 집중도를 요구하는데, 이번 결과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집중적인 정신 운동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 연구는 결정자들이 가장 피로감을 덜 느끼는 아침이나 점심 직후가 대출 신청 등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라는 것을 알려준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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