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수집가인 디에터 베버는 197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근처의 채석장에서 오징어처럼 생긴 화석을 발견했다. 슈투트가르트 자연사 박물관은 거의 50년 뒤인 2019년 이 화석을 처음 보고 구입했으며, 곧바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 화석이 1억7400만~183만년 전 현재의 유럽에 해당하는 바다에서 번성했던 '벨렘나이트(belemnites, 학명 Passaloteuthis laevigata)'라는 것을 발견했다. 벨렘나이트는 오징어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두족류로, 다리 8개와 촉완 2개인 현재의 오징어와 달리 다리 10개에 2개의 촉완을 가지고 있었다.

다리에 작은 고리가 달린 벨렘나이트와 파불라이트 화석 <사진=크리스티앙 크루거, 스위스 고생물학 저널>

놀라운 것은 벨렘나이트가 먹고 있던 갑각류의 일부 화석이 함께 발견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벨레나이트의 몸통이 뜯겨 사라진 점과 먹이의 잔해 등을 종합한 결과, 벨레나이트가 포식 도중 상어와 같은 다른 포식자에게 습격을 받고 죽어서 바닥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고생물학자 크리스티앙 크루거 교수는 "포식자는 식사 중 부주의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이것이 벨렘나이트를 죽음으로 몰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상황 말고도 이 화석은 보존 상태가 좋아 벨렘나이트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됐다. 벨렘나이트는 9cm의 길이에 다리에는 빨판 대신 미끄러운 먹이를 잡기 위한 400여개의 고리가 붙어있다. 

갑각류를 먹던 중 상어에 공격당하는 벨렘나이트 상상도 <사진=크리스티앙 크루거, 스위스 고생물학 저널>

또 머리 부분은 뾰족하고 딱딱하지만 몸통 부분은 부드러워, 상어와 같은 포식자들은 소화가 잘 안 되는 머리 부분을 남기고 몸통 부분만 공격하고 뜯어먹은 사실이 화석으로 확인됐다.

벨렘나이트는 바닷가재나 새우와 같은 갑각류를 먹었으며, 반대로 쥬라기의 상어(Hybodus hauffianus)나 어룡(Ichthyosaur), 육식성 물고기(Saurorhynchus), 해양 악어(Steneosaurus) 등의 먹이가 됐다.

한편, 연구진은 벨렘나이트가 먹던 갑각류 화석에 '파불라이트(pabulite)'라는 새로운 학명을 붙였다. 이는 음식(pabulum)과 돌(lithos)을 뜻하는 라틴어 조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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