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을 통해 공룡의 원시 깃털을 복원하는 기상천외한 실험이 성공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유전학 연구팀은 닭 배아를 통해 공룡이 가졌던 원시 깃털을 복원하는 시도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기 게임 소닉에서 이름을 딴 소닉 헤지호그 유전자에 주목했다. 원래 헤지호그 유전자는 세포의 신호전달 체계에 영향을 주는데, 이를 조작해 닭의 몸에서 공룡시대 원시 깃털이 자라는지 실험했다.

제네바대 유전학자 마이클 밀린코비치 박사는 "이번 성과는 새의 깃털이 어떻게 지금 형태로 진화했는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소닉 헤지호그 유전자는 배아가 발달해 형태를 갖출 때 중요한 단백질 정보가 담겼는데, 이를 활성화하자 비늘만 덮인 새의 다리까지 깃털이 돋아났다"고 설명했다.

공룡 같지만 실은 소닉 헤지호그 유전자를 조작한 닭 날개다. <사진=마이클 밀린코비치>

소닉 헤지호그 유전자는 1990년대 미국 연구팀이 초파리 유전자 연구 중 발견했다. 변이한 배아가 고슴도치(헤지호그)처럼 가시투성이가 된 데서 유래했다. 이후 척추동물에서도 비슷한 유전자가 확인되자 연구를 주도한 로버트 리들 박사는 자녀가 좋아하는 소닉 더 헤지호그를 따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닭의 배아에 소닉 헤지호그 유전자 경로를 억제하는 약을 투여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그러자 배아 발생 9일째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배아에서 성장한 깃털은 일반 그것과 달리 단순한 관과 같았다.

밀린코비치 박사는 "새의 직계 조상은 공룡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원시적인 깃털은 현생 조류의 그것으로 진화하기 전 단계인 약 2억50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조류의 것"이라며 "이번 실험을 통해 이 유전자가 깃털의 진화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닭의 통상적인 깃털 발달(A). B~D는 유전자 작용을 강하게 억제할수록 원시 깃털이 발생하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마이클 밀린코비치>

이어 "다만 공룡과 같은 원시 깃털은 일시적이었다. 배아가 성장하고 2주가 지날 무렵 깃털은 서서히 정상 형태로 돌아갔다"며 "실험을 통해 태어난 새끼들은 처음에는 깃털이 없다가 7주 정도가 지나자 원래 닭처럼 깃털이 돋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닭의 원래 깃털 성장을 완전히 멈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즉 공룡과 새의 중간 깃털을 가진 생물이 현대에 정착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밀린코비치 박사는 "새의 깃털은 유전자나 환경의 영향에도 쉽게 변화하지 않는 듯하다"며 "깃털의 형성에 관련된 유전자는 생각보다 복잡해서 일정 수준의 조작에는 무너지지 않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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