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2억 년이 지난 초기 우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블랙홀 제트가 관측됐다. 길이가 우리은하의 2배에 달하는 이 제트는 퀘이사 J1601+3102가 뿜어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국립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 앤니크 그로드먼 박사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최신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초기 우주의 거대한 블랙홀 제트의 형성 과정을 조사해 왔다. J1601+3102 퀘이사는 마치 머리 둘 달린 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불덩이를 토하듯 장대하고 강력한 제트를 뿜어냈다. 그 길이는 무려 20만 광년이 넘는다.

앤니크 박사는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는 괴물 같은 거대한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은하의 경우에는 궁수자리 A*"라며 "엄청난 제트는 중력으로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블랙홀의 중력에 끌린 우주 가스나 먼지는 마찰로 가열되고 그로 인한 방대한 에너지가 광속 가까운 속도로 방출되는 것이 블랙홀 제트"라며 "지구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은하, 즉 초기 우주에서 이 정도 제트가 확인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퀘이사 J1601+3102는 빅뱅 이후 불과 12억 년 만인 초기 우주에서 발견됐다. 제트의 길이는 21만5000광년, 즉 우리은하의 2배로 초기 우주의 것으로는 관측 사상 최대 규모다.

앤니크 박사는 "퀘이사 중에는 태양의 수십억 배 질량을 가진 것도 있지만 J1601+3102의 경우 4억5000만 배에 불과한 점이 흥미롭다"며 "이 작은 질량에 강력한 제트는 어쩌면 초기 우주의 특징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는 "초기 우주에서 강력한 제트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극단적인 블랙홀의 질량이나 강착 속도(물질이 삼키는 속도)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재미있게도 양방향으로 방출되는 제트는 길이도 밝기도 크게 다르다. 이는 어떠한 극단적 환경이 영향을 준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