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생선으로 유명한 장어를 중세 영국에서는 화폐 대신 통용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헐대학교 연구팀은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세 잉글랜드의 화폐 및 세금 관련 서적과 공문을 판독한 결과 장어가 화폐 대용으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대학 역사학자 존 와이어트 교수는 10세기경 영국에 장어가 엄청나게 잡혔고 맛이 좋아 식량으로 애용됐으며, 공급이 넘쳐 일부에선 화폐 대용으로도 거래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장어 화폐는 농민들이 지주나 영주에게 다달이 내는 세금으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장어 25마리를 나무 꼬챙이 하나에 꿴 것이 최소단위로, 이 꼬챙이를 10개로 묶어 통용했다.
존 와이어트 교수는 “당시 장어는 농지나 가옥을 빌린 월세 대용으로 사용됐고 영주에게 세금 대신 지불된 기록이 발견됐다”며 “10~17세기 장어를 임대료 대신 지불하고 이를 표시한 지도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지도로 미뤄 장어가 화폐 대용으로 활발하게 사용된 것은 10~11세기였을 것”이라며 “이 시기에 걸쳐 이뤄진 임대계약 221건을 위해 무려 54만 마리의 장어가 화폐로 사용된 기록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인들의 장어 화폐 통용량은 12세기 들면서 서서히 감소했다. 이를 이용한 건물이나 토지 임대 계약 건수나 세금 징수 사례도 줄었다. 존 와이어트 교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장어 화폐는 당시 농민들이 지주나 영주에 철저하게 속박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