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앞둔 도쿄 상공에 거대한 '얼굴'이 나타나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16일 트위터에는 도쿄 하라주쿠 인근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얼굴을 찍었다며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왔다. 짙은 눈썹에 심각한 표정을 한 남성의 얼굴은 이날 출근길 무렵 갑자기 상공으로 떠올랐다.
아침 7시 55분경 사진을 촬영한 40대 남성은 “출근하다 깜짝 놀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며 “하늘에 둥실 뜬 얼굴은 남성 같았다. 모노톤에 표정이 너무 어두워 무서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이 얼굴은 도쿄 각지에 거대한 얼굴을 띄우는 일종의 설치미술 프로젝트다. ‘마사유메(正夢, 이상에 맞는 꿈)’라고 명명된 프로젝트로 아라카미 아키카(38), 미나미카와 켄지(41), 마스이 히로후미(40) 등 미술가 세 명이 기획했다.
이들이 16일 오전 6시 쏘아올린 거대한 얼굴의 정체는 열기구다. 일반적인 열기구와 달리 둥그런 풍선 부분에 제법 정교하게 인물 얼굴을 그려넣었다. 풍선의 세로 길이는 6~7층 건물에 해당하는 20m나 된다.
2013년 ‘눈(目)’이라는 팀을 결성한 세 미술가는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오히려 깨닫기 어려운 것들에 주목해 왔다. 거대 열기구 얼굴 ‘마사유메’도 이런 의미를 담았다.
‘눈’ 팀은 기구에 넣을 얼굴을 공모를 통해 뽑았다. 즉, 이번에 사람들을 놀라게 한 얼굴은 실제 인물이다. 이들은 2019년 전 세계 네티즌 1000명을 대상으로 ‘마사유메’의 얼굴을 모집했다. 당당히 선발된 얼굴의 주인공에 대해 ‘눈’ 팀은 “철학을 집대성한 얼굴 같았다. 우리의 존재를 되묻는 표정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기구 디자인을 기획한 아라카미 씨는 “중학생 시절 학원에 갔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도심 숲 위에 둥실 뜬 달에 마음을 빼앗겼다”며 “문득 사람 얼굴 같았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이 느낌을 담은 미술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사유메’ 프로젝트는 도쿄도 등이 주최하는 공모사업의 일환이다. 원래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맞춰 지난해 여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아라카미 씨는 “코로나 사태로 울적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시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만 세 미술가의 의도와 달리 시민들은 무섭고 흉측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얼굴 표정이 너무 어두워 하늘을 보면 오히려 공포가 밀려온다는 시민이 적잖다. 한 20대 여성은 “죽은 사람의 얼굴이 거대한 풍선이 돼 날아다니는 이토 준지의 작품 한 장면 같다”고 치를 떨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