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뼈다귀 또는 아령을 닮아 학계의 관심을 끈 태양계 소행성 ‘216 클레오파트라’를 비교적 선명하게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유럽남방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ESO)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에 걸쳐 초대형 망원경(VLT)을 사용해 찍은 216 클레오파트라(216 Kleopatra)의 고해상도 사진을 10일 선보였다.

1880년 4월 10일 오스트리아 천문학자 요한 팔리사가 처음 발견한 216 클레오파트라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자리한다. 약 20년 전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 망원경(2020년 운용 종료) 관측에서 이 소행성이 반려견 전용 뼈나 아령, 땅콩과 닮은 아주 특징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SO가 9일 발표한 216 클레오파트라의 선명한 사진들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ESO는 보다 선명한 216 클레오파트라를 담기 위해 칠레 파라날 천문대의 VLT 관측 장비 스피어(SPHERE)를 이용했다. ESO 천문학자들은 스피어의 적응광학(Adaptive Optics, AO) 기술을 활용해 지금까지 공개된 다른 어떤 사진보다 또렷한 216 클레오파트라의 형상을 포착했다. 

또한 ESO는 자전하는 클레오파트라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뒤 그 형상이나 부피를 추측해냈다. 이를 통해 클레오파트라의 한쪽이 반대편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아냈고, 클레오파트라의 전체 길이가 약 270㎞ 정도라고 판단했다. 일반의 이해를 돕기 위해 클레오파트라의 예상 길이를 이탈리아반도 북부 일부와 비교한 사진도 공개했다. 

길이 270㎞에 달하는 216 클레오파트라와 이탈리아 반도 북부를 대비한 사진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ESO는 “클레오파트라는 비교적 큰 소행성이지만 지구에서 관측할 경우 40㎞ 밖에 놓인 골프공 정도밖에는 안 된다”며 “이렇게 작은 클레오파트라를 선명하게 찍어낸 이번 관측은 지구의 대기에 의한 흔들림의 영향을 없애는 적응광학 기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응광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광학적인 왜곡의 영향을 줄여 광학 장치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기술이다. 밝은 천체 등을 기준으로 대기의 흔들림을 측정해 망원경 속 반사경의 형상을 실시간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 관측 중 천체를 보다 선명하게 파악하기 위한 특수 구조를 가진 셈이다. 적응광학의 효과를 보다 확실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아래 해왕성 비교 사진을 참고하면 된다.

적응광학 적용 유무에 따른 해왕성 이미지 해상도 차이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ESO는 이번 관측 결과 216 클레오파트라의 질량이 종래 추정치의 약 3분의 2였으며 평균 밀도는 1㎝ 당 3.4g으로 추측했다. 이는 기존의 추정치인 m 당 4.5g보다 낮은 값이다. 

당초 클레오파트라는 금속이 풍부한 M형 소행성(철질운석)으로 여겨졌다. 이번에 산출된 평균 밀도는 철의 밀도(m 당 7.874g)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ESO는 클레오파트라가 잔해가 집적돼 생긴 돌무더기(Rubble pile) 천체일 가설을 새롭게 세웠다.

현재 건축 중인 ELT <사진=ESO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LT trailer 2020' 캡처>

ESO는 현재 칠레에 지어지고 있는 유럽 초거대 망원경(European Extremely Large Telescope, ELT 또는 E-ELT)이 완성되면 보다 선명한 216 클레오파트라의 외형은 물론 추가 정보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2025년 운용이 예정된 ELT는 798개의 육각형 반사경이 모인 지름 39m의 거대한 주경이 망원경을 구성한다. 학자들은 ELT가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15배 선명한 영상을 잡아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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