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발광(bioluminescence)이 가능한 거대한 다리로 카메라를 덮친 심해 오징어 영상이 일반에 공개됐다. 다 자라면 2m가 넘는 희귀한 오징어일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쏠렸다.
서호주대학교(UWA) 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약 1000m 심해에서 카메라를 공격한 오징어의 짤막한 동영상을 소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카메라는 사모아 제도의 수심 약 5000m 심해에 설치돼 다양한 생물을 탐사 중이었다. 연구팀이 카메라를 회수하기 위해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다리에서 황록색 빛을 발하는 오징어의 습격을 받았다.
조사 관계자는 "카메라가 1026m 수심에 도달한 과정에서 갑자기 오징어가 달려들었다"며 "영상 분석 결과 심해 오징어는 다리 2개의 끝에서 선명한 빛을 발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도 오징어는 심해 탐사용 카메라를 먹이로 착각한 듯하다"며 "영상에 잡힌 오징어는 다나문어오징어(Dana octopus squid, 학명 Taningia danae)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해양생물학자 아게 베델 타닝(1890~1958)이 탔던 탐사선 다나 호의 이름을 딴 다나문어오징어는 최대 2.3m까지 자라는 대형종이다. 암컷 성체의 무게는 160㎏이 넘는다는 기록도 있다. 두 다리에 하나씩 존재하는 발광기관이 카메라에 잡힌 황록색 빛을 만들어낸다.
조사 관계자는 "수생생물 중 발광기관이 문어만큼 발달한 오징어지만 다나문어오징어는 심해종이라 관련 정보가 많지 않다"며 "카메라에 잡힌 개체의 몸길이는 75㎝로 아직 어리지만 외계 생명체가 달려드는 듯 공포감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징어는 발광기관을 이용해 먹잇감을 혼란에 빠뜨리려 했을 것"이라며 "카메라에는 짧은 순간이나마 접근부터 공격, 후퇴 등 다나문어오징어의 사냥 전 과정이 담겨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