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는 아직 인류가 알지 못하는 숱한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보다 선명한 별의 형태를 얻고 질량이나 성분 등 추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방법이 동원되는데 가장 먼저, 그리고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 초대형 망원경이다.

현재 칠레에 건설 중인 유럽남방천문대의 유럽 초거대 망원경(ELT) 만큼이나 주목받는 장비가 ‘암흑 에너지 카메라(Dark Energy Camera)’다. DEcam으로 줄여 부르는 암흑 에너지 카메라는 원래 우주 공간의 암흑 에너지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개발됐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상의 에너지다.

1970년대 만들어진 세로 톨롤로 천문대의 블랑코 망원경 <사진=세로 톨롤로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DEcam은 미국이 운용 중인 칠레 세로 톨롤로 천문대가 갖고 있다. 이곳 천문학자들은 1970년대 지어진 지름 4m 블랑코 망원경을 개조해 DEcam을 장착했다. 세로 톨롤로 천문대는 우주의 암흑 에너지를 집중 관측하는 암흑 에너지 서베이(Dark Energy Survey, DES)에 이 장비를 동원했다. 실제 관측은 2013년부터 시작돼 2019년 일단 끝났지만 이후에도 계속 운용되고 있다.

DES에 활용된 DEcma은 2048×4096 CCD(charge coupled device, 전하결합소자) 62개를 장착했다. 약 520메가 픽셀, 그러니까 5억2000만 화소의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또한 보름달 약 14개를 합친 3평방도 넓이를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다. 평방도는 천구좌표계에 위치한 별자리의 크기를 재는 데 사용하는 단위다.

DEcma의 구조①와 촬영에 동원되는 62개의 2048×4096 CCD②, 블랑코 망원경에 장착된 DEcam③ <사진=세로 톨롤로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DEcam의 엄청난 성능은 2020년 10월 27일 미국과학재단(NFS) 국립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가 공개한 궁수자리 사진으로 입증됐다. 은하수에서 가장 밝은 궁수자리 부근을 포착한 DEcam의 사진은 시야를 꽉 채우는 수많은 별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은하수 중심 부근에 수많은 별이 모인 은하 팽대부(galactic bulge)의 극히 일부분을 포착한 이 사진에는 무려 18만개 넘는 별이 담겨 있다. 이를 보다 넓은 범위(보름달 8개 넓이)로 확대한 사진은 성간적색화, 즉 멀리서 오는 별의 빛이 지구와 사이에 존재하는 먼지나 가스 등 성간물질에 산란돼 붉게 보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세로 톨롤로 천문대의 DEcam이 촬영한 궁수자리 부근 이미지. 18만개 별을 담은 사진①과 이를 확대한 사진② <사진=NOIRLab 공식 홈페이지>

NOIRLab에 따르면 DES를 통해 은하수의 중심 방향 약 200평방도(궁수자리~전갈자리에 걸친 보름달 약 1000개분의 범위)에 존재하는 별들이 근자외선 및 근적외선 파장으로 관측됐다. 세로 톨롤로 천문대 연구팀은 그 중심부에 존재하는 항성 대부분이 100억년 이상 전으로 추정되는 우리은하 발생 시기에 단번에 만들어진 것들로 분석했다.

DEcam은 암흑 에너지의 존재 파악은 물론 넓은 영역의 별 사진을 초고해상도로 담을 수 있어 우주의 민낯을 들춰낼 유력한 장비로 평가된다. 천문학자들은 향후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규명할 국제적 협력에 기초한 대형 관측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 시기는 2005년 2월 설립된 암흑 에너지 태스크 포스(DETF)가 정의한 4세대 분광 광시야 관측이 종료되는 오는 2025년경으로 예측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