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하는 적외선 3D 카메라 고글이 독일에서 개발됐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사이클롭스를 닮은 독특한 디자인에 관심이 집중됐다.
뮌헨공과대학교 아르마한 아흐매드 칸 교수팀이 만들어낸 고글은 내장된 적외선 3D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감지, 시각장애인이 장애물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시력을 잃은 장애인에게 실제 주변의 '비전'을 심어주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연구팀이 고글 개발 전 떠올린 콘셉트는 게임에 흔히 등장하는 미니맵이다. 적외선 3D 카메라가 촬영한 주변의 입체 이미지를 미니맵화해 착용자가 사방의 형상을 대략 파악하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고글의 구상과 관련, 칸 교수는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보조 도구는 지팡이가 일반적"이라며 "지팡이로 가까이 있는 것을 접촉해 감지할 수는 있지만 멀리 있는 구조물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지팡이와 더불어 안내견이 큰 도움이 되는데 모든 시각장애인이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주변을 인식할 방법을 고민한 결과물이 바로 적외선 고글"이라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이 근거리 및 원거리 구조를 인식하게 해주는 역할은 적외선 3D 카메라와 조합된 햅틱 피드백 슬리브(Haptic feedback sleeve)라는 밴드가 담당한다. 카메라를 통해 작성된 미니맵은 당연히 시각장애자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글과 연결된 밴드 진동을 통해 미니맵을 시각화한다.
칸 교수는 "손목이나 팔뚝에 착용하는 밴드에는 소형 바이브레이터 25개가 5행 5열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돼 있다"며 "적외선 3D 카메라가 잡아낸 주변 풍경에 맞춰 각 바이브레이터가 진동, 미니맵을 촉각으로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시각장애자가 장애물을 향해 걸어나가면 진동이 점차 강해져 앞에 뭔가 있음을 알려준다"며 "게이머들이 미니맵을 참고해 가며 오픈월드를 누비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고글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시각장애자 5명을 동원한 테스트도 거쳤다. 고글을 착용한 피실험자 전원이 다양한 장애물이 설치된 코스를 단 한 번에 통과했다.
뮌헨대학교는 고글에 내장된 카메라가 아주 작고 가벼우며 가격도 저렴해 지금껏 등장한 시각장애 보조 기구들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적외선 카메라이므로 야간에도 사용 가능한 것 역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