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들의 개성이 생존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다람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분교(UC Davis) 연구팀은 야생 다람쥐를 대상으로 한 최근 실험에서 개체마다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생존율도 차이를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적극적이고 두려움을 모르는 다람쥐의 경우 그만큼 많은 먹이를 얻거나 넓은 영역을 차지해 생존율이 높다는 가설을 세웠다. 반대로 이런 성격이 천적과 조우할 확률을 높여 생존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고 여겼다.

야생다람쥐도 개나 고양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pixabay>

다람쥐 성격이 생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미국 콜로라도 로키산맥 생물학연구소가 지난 30년간 관찰해온 황금빛 외피 얼룩다람쥐(golden-mantled ground squirrel)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다람쥐 성격을 정량화해 분석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동물학자들이 사용하는 표준을 따랐다. 이는 다음 네 가지 테스트를 기초로 한다.

①새로운 환경에 대한 반응 : 다람쥐를 격자 모양의 선과 구멍이 뚫린 상자에 넣고 관찰
②거울 반응 : 다람쥐에게 거울을 보여주고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식하는지 관찰
③도주 반응 : 다람쥐에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도망가는 타이밍 및 행동을 관찰
④덫 속에서의 행동 : 상처를 주지 않도록 고안된 덫으로 다람쥐를 잡은 뒤 행동을 관찰

야생 다람쥐의 성격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실험 결과 다람쥐들은 개나 고양이처럼 확실히 각자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연구팀 가설대로 이런 개성들이 생존에 도움이 되거나 반대로 방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성격 테스트 결과를 통해 각 다람쥐의 대담성과 공격성, 활발함, 사교성을 분석했다”며 “대담한 다람쥐일수록 활동 지역이 넓고 이동이 빠르며 먹이활동도 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담하고 활발하며 공격적인 다람쥐들은 바위 같은 높은 곳에 더 많이 오른다는 사실도 관찰됐다”며 “일반적으로 다람쥐들에게 높은 곳은 주변의 적이 없는지 둘러보거나 적으로부터 도망치기에 유리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사교성이 뛰어난 다람쥐들도 높은 곳을 자주 이용했다. 실험 관계자는 “대담하고 공격적이며 사교적인 다람쥐들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사교성이 많으면 교미 확률도 올라가고 종족을 보존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덜 대담하고 내성적인 다람쥐들은 아무래도 생존율이 낮고 종족 보존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담한 다람쥐의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황금빛 외피 얼룩다람쥐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회적인 동물은 아니다. 성체가 되면 독립하고 동료끼리 협력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다만 모든 동물이 개성이 있는 만큼, 이 종에서도 유달리 활달하고 사교적이며 대담한 개체가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야생동물의 개성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만 각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야생동물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반려견을 여러 마리 키우는 경우, 내성적인 반려견이 사료를 빼앗기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려인이 문제를 파악하고 전문가 도움을 구하는 것은 야생동물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해 올바른 보호 방법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런 과정들은 사람이 갖고 있을지 모를 동물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동물의 개성을 알아가는 것은 인류와 동물의 공존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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