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스스로 빛을 낼 뿐 아니라 반복해서 빛에너지를 축적하는 바이오 기술이 탄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은 태양과 LED 조명을 쬐면 밝은 빛을 낼 뿐 아니라 빛에너지를 저장하는 식물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고 최근 발표했다.
수년 전부터 플랜트 나노바이오닉스(Plant nanobionics) 분야를 개척해온 연구팀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은 물론 반복해 충전 가능한 기술을 연구해 왔다. 연구팀은 새 기술을 이용해 살아있는 친환경 조명을 만들 계획이다.
연구팀이 실현한 발광 메커니즘은 나무 등 식물에 여러 입자를 넣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017년 허브의 일종인 크레송에 발광효소 루시페라아제(luciferase) 및 생물체 발광 물질 루시페린(luciferin)의 나노입자를 삽입한 연구팀은 몇 시간이나 빛을 내는 크레송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다만 당시 기술로는 발광 크레송이 내는 빛이 너무 약했다. 깜깜한 곳에서 책을 읽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광량이 미미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4년간 실험을 거듭한 연구팀은 보다 밝은 빛을 낼 임의의 형광체인 천연 광 콘덴서를 개발했다. 이 형광체는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을 받으면 광자를 축적해 조금씩 방출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가전제품에는 전기를 저장하는 콘덴서가 들어있는데, 형광체는 그와 똑같은 역할을 한다”며 “다만 광 콘덴서 입자를 식물에 갑자기 주입하면 안 되므로 일련의 가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시행착오 끝에 연구팀은 형광체를 실리카로 코팅했다. 이후 형광체를 식물 잎 표면에 난 기공을 통해 주입했다. 식물을 손상시키지 않고 삽입된 형광체는 엽육(잎의 연한 세포조직) 층에 축적돼 광 콘덴서 입자의 얇은 막을 형성했다.

광 콘덴서 입자가 들어간 식물을 태양이나 LED 조명에 노출하자 막에 광자가 축적돼 빛을 발했다. 연구팀 실험 결과 청색 LED를 10초 조사하면 1시간 동안 발광이 가능했다. 이때 내는 빛은 4년 전 개발한 기술보다 10배나 밝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최소 2주 동안 연속해서 빛에너지를 모아둘 수 있고 식물에서 형광체를 회수해 재사용할 수도 있다”며 “10일간 관찰한 결과 광합성도 제대로 이뤄졌고 기공을 통해 수분도 잘 증발하는 등 식물 본연의 기능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팀은 광 콘덴서 입자를 크레송 외에 키가 크고 잎사귀가 넓은 다른 식물에 적용할 계획이다. 공기정화 효과로 유명한 콜로카시아를 응용한 실험에서는 이미 같은 발광 효과가 입증됐다. 연구팀은 보다 큰 식물에 더 밝은 조명 기능을 적용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친환경 식물 조명이 보편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