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 속도를 최대 30% 끌어올리는 신개념 전기 반창고가 미국에서 개발됐다.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소형 전극을 상처 부위에 대고 전기장을 발생시켜 최대 30% 빠르게 창상을 치유하는 첨단 반창고를 최근 발표했다.
DARPA가 출자한 반창고의 정식 명칭은 'WPED'다. 물을 원동력으로 하며 전기가 필요 없는 드레싱(water-powered electronics-free dressings)이라는 의미다. 개발 주체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라자람 카베티 교수 연구팀이다.
'WPED'는 당뇨병이나 동맥경화 등 다양한 질병으로 상처 치유가 느린 사람의 만성 창상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의학계에서는 3주 이상 치료해도 창상 면적이 40% 이상 줄지 않는 것을 만성 창상으로 본다. 오랜 시간 누워만 지내는 환자에 흔한 욕창도 만성 창상의 하나다.
DARPA가 'WPED'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만성 창상이 상당히 골치 아픈 병이기 때문이다. 라자람 교수는 "인공 피부 등을 이용한 기존 만성 창상 치료법은 완치 확률이 기껏해야 50%임에도 한 곳당 1000달러(약 13만원) 이상, 경우에 따라 2만 달러(약 약 2700만원)나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상에 전기 자극을 주면 상처 치유에 효과적인 세포 증식이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대규모 기기와 매일 몇 시간의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용화는 꿈도 못 꿨다"며 "소형 전극과 배터리를 갖춘 일회용 반창고가 비슷한 효력을 내지 않을까 가설에서 출발한 것이 'WPED'"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전 실험에서 물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전기 자극을 발생하는 경량 붕대가 대조군보다 창상 치유 속도가 빠른 점을 알아냈다. 이 원리를 응용해 개발한 것이 개인용 창상 치료 반창고 'WPED'다.
라자람 교수는 "'WPED'를 환부에 대면 전극이 창상에 접촉하고, 반대편에 탑재된 초소형 배터리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몇 시간에 걸쳐 전기장이 생성돼 상처를 치유한다"며 "상처를 낸 쥐에게 'WPED'를 붙이자 시판 반창고 대비 약 30% 빨리 치유되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WPED'는 전극과 배터리를 갖췄음에도 시중 반창고보다 20% 무거울 뿐이다. 발가락 등 곡면에도 제대로 부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일반 반창고처럼 착용한 채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가격은 장당 수 달러(몇 천원)로 예상됐다.
DARPA는 'WPED'가 작전에 나서는 군인들의 창상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상처가 깊고 창상면이 복잡한 경우에도 붙이도록 변형 가능한 전극을 가진 'WPED'도 개발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