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눈 속에 또 겹눈…쌍겹눈 가진 삼엽충
2021-10-10 12:25

겹눈 속에 또 다른 겹눈을 가진 고대 삼엽충 화석이 발견돼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이 신비로운 삼엽충은 약 3억9000만년 전 지구상에 존재한 것으로 추정됐다.

독일 쾰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기존에 발견된 고대 삼엽충 화석 분석 결과 쌍겹눈 구조를 가진 새로운 개체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조사한 삼엽충 화석은 약 50년 전 독일 화석 마니아 빌헬름 슈튀르머 씨가 발견했다. 독일 지멘스사 방사선 부문 책임자였던 그는 주말이면 미니밴에 X선 장비를 싣고 전국을 돌아다닐 정도로 고생물과 화석을 좋아했다.

1970년대 자신이 발견한 삼엽충 화석을 X선 장비로 분석한 빌헬름 슈튀르머는 놀랍게도 시신경이 보존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즉시 학계에 알렸지만 당시 학자들은 화석 전문가가 아닌 그의 주장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지금과 달리 과거 학계는 고대 생물의 화석에 남는 것은 치아나 뼈 등 단단한 부분뿐이라고 여겼다. 장기나 신경 같은 부드러운 부분이 화석으로 보존된다고 생각하는 학자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시신경이 보존됐다는 빌헬름 슈튀르머 씨의 주장은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삼엽충의 친척 파콥스 제솝스의 화석. 겹눈 구조가 확실하게 보인다. <사진=쾰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다만 일부 학자는 미스터리한 화석에 관심을 가졌다. 삼엽충 등 고생물 화석을 장기간 분석해온 쾰른대학교 연구팀은 화석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겹눈 속에 또 다른 겹눈을 가진 특이한 개체임을 최근 확인했다.

삼엽충은 지구의 2차 대멸종을 그럭저럭 버텼지만 페름기의 3차 대멸종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고생대 대표 바다생물이다. 지금도 많은 화석이 남아 있는데 그간의 연구를 통해 삼엽충이 곤충과 같은 겹눈을 가졌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화석에서 관찰된 섬유가 슈튀르머 씨의 주장대로 시신경 섬유임을 확인한 연구팀은 끝마디에 연결된 독특한 구조의 겹눈에 주목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50년 전 발견된 미스터리한 화석은 파콥스 제솝스(Phacops jessops)라는 삼엽충의 친척뻘 생물”이라며 “돌출된 눈이 머리 좌우로 한 쌍씩 있는데 최대 1㎜ 렌즈 200개로 형성된 겹눈”이라고 설명했다.

파콥스 제솝스의 겹눈 구조를 보여주는 사진들. 노란색 원 안에는 겹눈을 구성하는 렌즈 아래 거품 구조의 또 다른 렌즈가 담겨 있다. <사진=쾰른대학교·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이어 “놀랍게도 각 렌즈의 아래에는 적어도 6개의 또 다른 렌즈가 존재했다”며 “즉 파콥스 제솝스는 겹눈 속에는 또 다른 겹눈이 숨은 일종의 하이퍼 아이(hyper-eyes)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곤충이 가진 겹눈 구조는 보통 아주 작은 렌즈들로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다만 연구팀이 분석한 파콥스 제솝스 같은 파코피나(Phacopina) 목 생물은 렌즈 사이에 틈이 있다. 연구팀은 그 틈 아래 숨은 렌즈들이 고대의 변화무쌍한 생태계를 살아간 파코피나 목 생물들의 비밀무기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 같은 쌍겹눈 구조는 빛이 극히 부족한 환경이나 광량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데 유용했을 것”이라며 “콘트라스트를 강조하거나 여러 색을 인식하는 것도 다른 구조의 눈보다 용이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0년 전 삼엽충 화석의 시신경을 확인했던 빌헬름 슈튀르머 씨는 자신의 발견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1980년대 세상을 떠났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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