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명 ‘상자 속 소년(Boy in the box)’ 살인사건의 피해자 신원이 과학기술 덕에 밝혀졌다. 최신 DNA 감식 기술은 65년이나 미스터리로 남았던 소년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줬다.

미국 필라델피아 경찰 당국은 8일 공식 SNS를 통해 ‘상자 속 소년’ 사건의 피해자가 65년 만에 특정됐다고 발표했다.

‘상자 속 소년’ 사건은 1957년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어린이 시신이 든 골판지 상자가 발견되면서 막이 올랐다. 경찰은 불법 투기된 상자 안에 4~6세로 추정되는 사내아이의 시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소년이 나체 상태로 담요에 덮인 채 상자에 담긴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시체 곳곳에 멍이 들었고 부검 결과 머리 타격이 직접적 사인으로 지목되면서 아동학대나 부모 또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원한, 유괴 등 다양한 가능성이 떠올랐다.

1957년 살해된 채 발견된 '상자 속 소년' 사건의 피해자. 경찰은 이 포스터를 미국 각지에 붙이고 필사적으로 범인을 쫓았으나 피해자 신원 파악마저 불가능했다. <사진=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 공식 홈페이지>

특히 경찰은 사망 후 소년의 머리카락을 누군가 잘라냈고 죽기 몇 시간 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점, 손발이 불룩한 점에서 피해자가 학대를 당한 뒤 물에 잠긴 것으로 생각했다.

‘상자 속 소년’ 사건은 당시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으며 주목을 받았다. 제보를 기다리는 소년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가 필라델피아를 넘어 미국 전역에 붙었지만 범인 특정은 고사하고 소년의 신원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

65년 동안 계속된 소년의 원한과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경찰의 죄책감을 풀어준 건 첨단 법의유전학, 특히 DNA 감식 기술이다. 시신이 오래전 매장됐거나 유류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경우 과거에는 사건 해결이 어려웠으나 최근 DNA 감식 기술은 극소량의 증거만으로 피해자나 가해자 판별을 가능하게 해준다.

감식 결과 피해자는 1953년 1월 13일 태어난 조셉 아우구스투스 자렐리로 밝혀졌다. 소년은 불과 4세 때 잔인하게 살해됐다. 법의학자들은 조셉의 시신이 사후 며칠 만에 경찰에 발견된 사실도 알아냈다.

첨단 법의학은 범죄 현장에 남은 아주 작은 흔적만 갖고서도 사건의 실마리를 찾곤 한다. <사진=pixabay>

필라델피아 경찰 당국은 현재 조셉의 외가 친척들과 접촉하고 있다. 친부모 신원을 알아낸 경찰은 조셉의 형제들이 아직 생존해 있고 범인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중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 미상의 아이 조셉은 오랜 시간 미국과 필라델피아 지역 사회의 아픔이었다”며 “아이가 살해됐다는 사실뿐 아니라 한 사람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점이 경찰을 괴롭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과학을 기반으로 한 법의학 발달은 100년이 지난 사건도 해결할 위력을 지녔음을 실감했다”며 “수사관들의 노력과 첨단 과학의 지원 덕에 완전범죄란 없다는 경찰의 신념이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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