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진 고대 금반지가 대규모 와인 양조장터에서 발견됐다. 학자들은 현대인만큼이나 숙취를 싫어한 고대인들이 이 반지를 부적처럼 지닌 채 술을 즐긴 것으로 추측했다.

이스라엘 고고학청(Israel Antiquities Authorit, IAA)은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비잔틴(동로마제국, 330~1453년) 시대에 건조된 세계 최대 규모의 포도주 제조 시설에서 7세기 전후의 것으로 보이는 자수정이 박힌 금반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IAA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부 야브네에서 발견된 이 반지가 당시 사람들에게 숙취를 막아주는 부적으로 애용됐다고 덧붙였다. 반지가 발견된 곳이 거대한 포도주 양조장 터인 데다 자수정이 술과 연관이 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평범해 보이는 이 반지는 과음으로 인한 숙취 방지 효과를 가진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포도주를 무척 사랑했던 비잔틴제국 사람들은 끔찍한 숙취를 막기 위해 다양한 부적 같은 귀금속을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야브네 양조장터에서 발견된 자수정 금반지 <사진=IAA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반지가 출토된 곳은 당시 최대 규모의 와인 양조장 터”라며 “단지 와인을 자급자족하는 수준을 넘어 고대의 최고급 화이트 와인이던 ‘가자·아슈켈론 와인(Gaza·Ashkelon wine)’을 생산해 유럽과 아시아에 수출했다”고 덧붙였다.

반지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0월 발굴된 야브네 와인 양조장 터에서는 수천 개에 달하는 토병과 설비가 발견됐다. IAA 학자들은 이곳에서 연간 최소 200만 ℓ의 와인이 생산된 것으로 추정했다. 750㎖ 들이 와인으로 따지면 2667병에 달한다.

IAA 연구팀은 “대규모 양조장에서 자수정 반지가 발견됐다는 건 이를 숙취 해소를 위해 착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며 “자수정이 취한 몸을 회복해 준다고 여긴 당시 사람들은 저마다 큼직한 자수정 반지를 끼고 와인을 즐겼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수정은 고대 융성한 제국들의 왕족 및 귀족이 즐겨 사용한 보석이다. 특히 술과 연관이 깊은데, 자수정(amethyst)의 어원 자체가 취하지 않는다는 뜻의 그리스어 ‘amethystos’에서 유래했다. 특히 자수정은 로마신화 속 술의 신 바커스(Bacchus)와 관련된 전설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바커스 <사진=우피치 미술관>

달의 여신 다이아나(Diana)를 사랑한 바커스는 반응이 신통치 않자 화가 났다. 바커스는 다이아나의 신전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자가 맹수의 습격을 받게 된다는 저주를 내렸다. 때마침 신전을 나오던 소녀를 발견한 다이아나는 급히 소녀를 투명한 돌로 변하게 했다. 자신의 저주를 후회한 바커스가 포도주를 붓자, 돌이 된 소녀는 보랏빛 자수정으로 변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호랑이에게 쫓긴 아메시스트라는 여자가 신에게 기도해 순백의 돌로 모습을 바꾸는 대목이 등장한다. 이를 불쌍히 여긴 주신 디오니소스(바커스)는 포도주를 부어 보라색으로 빛나는 수정으로 만들어줬다.  

IAA 관계자는 “3세기 고대 로마의 상류층 사람들은 자수정을 박은 반지나 목걸이를 즐겨 착용했다”며 “이번에 발견된 반지가 실제 만들어진 것은 땅에 묻히기 수 세기 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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