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한 고도의 미라화 기술이 학계가 판단했던 것보다 1000년 빨리 개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역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를 이 주장은 이집트 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이 제기했다.
카이로아메리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집트인들의 미라화 기술이 학자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약 1000년 전에 확립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19년 카이로 인근에서 발굴된 광범위한 고대 이집트 묘지의 미라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발견이 가능했던 계기는 ‘쿠위(Khuwy)’라는 이름의 귀족 미라다. 연구팀은 다양한 분석을 통해 쿠위가 살았던 시대를 이집트 고왕국, 즉 기원전 2686~2181년의 ‘피라미드 시대(제3~6왕조 시대)’라고 추측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고대 이집트의 미라화 기술이 피라미드 시대로부터 1000년쯤 뒤부터 활성화된 것으로 생각해 왔다.
연구팀의 살리마 이크람 교수는 “쿠위가 살았던 이집트 고왕국 사람들은 이미 고도의 방부처리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왕족이나 귀족들은 망자의 몸 전체를 담글 만큼 많은 양의 값비싼 레진과 최고급 붕대를 마련한 사실이 이번 조사 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교수는 “지금까지 학자들은 이집트 고왕국 미라가 기본적으로 건조만 시킬 뿐 뇌 등 장기를 제거하지 않는 초보적인 형태라고 여겼다”며 “쿠위가 고왕국의 미라일 경우 지금까지 작성된 미라화 기술에 대한 책을 전부 다시 써야 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쿠위를 이집트 고왕국 미라로 보는 근거는 함께 출토된 유물들이다. 이크람 교수는 “무덤에서 발견된 도기는 이미 이집트 고왕국 시대의 것임이 밝혀졌다”며 “쿠위의 미라는 보존 상태가 좋아 그 이후 것으로 여겨졌으나 화려한 무덤 장식과 일부 상형문자가 기원전 25세기 초부터 24세기 중반의 제5왕조 것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쿠위를 미라화하는 데 고대인이 사용한 풍부한 레진으로 미뤄 망자의 권세가 대단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아울러 당시 이집트인들이 주변 국가와 활발하게 교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크람 교수는 “이 정도 레진을 사용하는 것은 이집트 미라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라며 “당시 사람들은 망자의 몸 내부보다 외모 단장에 더 집중했는데, 쿠위의 몸을 레진에 흠뻑 적시고 고급 천으로 단단히 감싼 것은 전혀 다른 양상의 미라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위를 살펴보면 볼수록 마치 먼 훗날 새로운 시대에 발견된 미라 같다”며 “여기 사용된 레진은 레바논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집트인들이 기록보다 훨씬 활발하게 주변 제국과 교류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다만 쿠위의 미라가 무덤에서 나온 다른 유물들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결론은 정확한 연대 측정 후 내릴 방침이다. 이크람 교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정확한 연대 측정이 가능할 때까지 이번 발견은 100% 유효하지 않다”며 “완전한 결론이 나오는 데까지 6~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