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흡사한 황색왜성 표면에서 엄청난 코로나 질량 방출(coronal mass ejection, CME) 현상이 관측됐다. 학계는 이 별과 구성이 비슷한 태양 역시 메가 플라스마를 뿜어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와 일본국립천문대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망원경 및 교토대학교 SEIMEI 망원경을 이용한 황색왜성 EK 드래코니스(EK Draconis)의 CME 관측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4월 5일 우연히 EK 드래코니스가 엄청난 CME를 일으키는 상황을 잡아냈다. 당시 CME의 첫 단계인 '필라멘트 폭발(filament eruption)'을 어렵사리 관측했는데, 최고 시속이 100만 마일(약 160만㎞일)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필라멘트는 태양 표면에서 자기장에 의해 떠오르는 가스 덩어리로, 이것이 플라스마 형태로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CME다.
지구에서 111광년 떨어진 곳에서 무시무시한 CME를 목격한 연구팀은 이 별에 용을 뜻하는 라틴어를 딴 이름 'EK 드래코니스'를 붙였다. 태양을 포함한 황색왜성은 G형 주계열성으로도 불린다. 태양의 최대 1.03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졌고 표면 온도는 5300~6000K(켈빈)에 이른다.
연구팀은 EK 드래코니스의 CME가 관측 사상 최대 규모라고 판단했다. 태양과 여러모로 닮은 별이기에 태양에서도 이런 식의 CME가 있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1억 살로 추정되는 이 황색왜성은 약 45억 년 전 태양을 닮았다. 이번 CME 규모는 태양의 최소 수 백배에 달하는데, 이는 유감이지만 태양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CME는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태양 대기층의 이온 입자들이 플라스마 형태로 고속으로 방출되는 태양풍 현상의 하나다. 일반 태양풍과 달리 거대한 태양폭발을 의미한다. 방출된 전자와 양성자 입자가 지구에 도달하면 지구 자기권을 교란할 수 있다. EK 드래코니스 정도의 CME는 인공위성을 흔적도 없이 박살 내고 전력 송신 장애를 일으켜 대규모 정전 등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EK 드래코니스는 태양형 별로 지금까지 관측된 비슷한 종류보다 질량이 10배 이상"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이 별의 CME가 지구에 직격한다면 인류는 궤멸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 1억5000만㎞ 떨어진 우리 태양에서 이런 CME가 발생하면 22만5000㎞의 전신망을 날려버린 1859년 '캐링턴 이벤트'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며 "태양의 경우 EK 드래코니스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같은 대규모 태양폭풍이 아주 먼 예전에는 더 자주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얇은 대기와 불모지 밖에 없는 화성의 형성에도 태양폭풍이 관여했다고 보는 학자도 많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