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 최초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캐릭터가 영화 '배트걸'에 캐스팅됐다. 수십 년간 강인한 남성을 상징한 슈퍼맨을 양성애자로 만든 DC의 이번 결정에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할리우드 스타 레슬리 그레이스(27)는 27일 SNS를 통해 자신의 주연작 '배트걸'에 DC코믹스 첫 트랜스젠더 캐릭터 알리시아 여가 등장한다고 밝혔다. 

알리시아 여는 DC코믹스 '배트걸'의 주인공 바바라 고든(배트걸)과 절친한 인물이다. DC 작가 게일 시몬(48)이 창조했으며 2011년 '배트걸' 코믹스를 통해 데뷔했다. 실사판 연기는 실제 성전환자인 필리핀 배우 아이보리 아퀴노(30)가 맡았다.

2011년 코믹스에 첫 등장한 알리시아 여(왼쪽). 트랜스젠더바에서 일하는 바텐더 설정이다. <사진=DC코믹스 공식 홈페이지>

오랜 역사를 가진 DC코믹스 최초의 트랜스젠더 알리시아 여는 등장 당시에도 코믹스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LGBTQ(성소수자) 이슈를 DC 코믹스가 적극 다룬다고 반겼다. 반대쪽에서는 히어로물에 굳이 LGBTQ 요소를 끼워 넣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아이보리 아퀴노가 실제 성전환자이자 LGBTQ 인권 운동가란 점에서 원작 팬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DC는 지난해 10월 11일 국제 커밍아웃데이에 맞춰 슈퍼맨이 바이섹슈얼(양성애자) 캐릭터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슈퍼맨의 오랜 캐치프레이즈 ‘진실과 정의, 아메리칸 웨이(Truth, justice, and the American way)’ 대신 ‘진실과 정의, 더 나은 내일(Truth, Justice and A Better)’을 내세웠다.

DC코믹스의 결정에 따라 슈퍼맨은 지난해 10월 공식적인 양성애자가 됐다. <사진=DC코믹스 공식 홈페이지>

히어로물들의 LGBTQ 도입은 최근 활발하다. 미국 CW의 DC 원작 드라마 '슈퍼걸'에는 드리머라는 트랜스젠더 히어로가 TV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출연했다. 주인공의 여동생 알렉스는 시즌 2에서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했다. CW의 또 다른 DC 드라마 '배트우먼'의 경우 주인공 배트우먼이 레즈비언이다. DC 애니메이션 '할리 퀸'에서는 여성인 할리 퀸과 포이즌 아이비가 사랑에 빠진다.

마블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20년 12월 마블은 최신판 코믹스를 통해 스타로드(피터 퀼)에 양성애자 요소를 도입했다. 드라마 '로키'는 성전환 요소를 부각했고 영화 '이터널스'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전례가 없는 동성애자 히어로 파스토스가 활약했다. 

영화들, 특히 10년 넘게 극장가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해온 히어로물들이 LGBTQ에 문을 열고 있지만 콘텐츠 소비자들과 합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히어로물에 굳이 성소수자 이슈가 반영돼야 하는지 물음을 던지는 팬이 많다. 일부 성소수자들조차 "이런 식의 대중화는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가운데). 코믹스 설정이 양성애자로 바뀌면서 영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사진=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스틸>

원작 코믹스 팬들은 성소수자 이슈를 영화가 다루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만 분야를 가려 달라는 거다. 슈퍼맨이 하루아침에 양성애자가 된다고 성소수자들이 더 이해받고 사회와 어우러질지 제작자들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LGBTQ 이슈의 핵심은 다수와 분명히 다른 그들이 부당한 차별과 시선을 받지 않는 데 있다. 원작을 바꿔가면서까지 성소수자를 슈퍼히어로로 만들고, 흑인을 인어공주 역에 캐스팅한다고 평등한 사회가 될 리 만무하다. 뭣보다 콘텐츠 소비자들의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 최근의 흐름은 되레 훌륭한 원작을 훼손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