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해양 생태계를 주름잡은 메갈로돈(Otodus megalodon)에 대한 과학적 추측들이 대부분 잘못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드폴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6일 국제 학술지 히스토리컬 바이올로지(Histrical Biology)에 낸 논문에서 이빨 화석 등을 토대로 그간 동물학자들이 추측해온 메갈로돈의 이미지는 유감스럽게도 허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약 2300만~360만년 전 지구의 바다를 누빈 덩치 크고 포악한 메갈로돈의 체온 조절 능력에 주목했다. 그간 과학계가 메갈로돈의 덩치를 가늠한 척도는 이빨 화석과 악상어목(Lamniformes) 상어들의 체온 조절 능력이었다. 새로운 연구에서 악상어목 상어들 전체가 체온 조절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메갈로돈의 크기 추정치 역시 의미가 없어졌다. 

영화 등 미디어 속에서 소비되는 메갈로돈. 거대하고 포악한 백상아리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로 해석돼 왔다. <사진=영화 '더 그레이트 샤크' 공식 포스터>

드폴대학교 시마다 켄슈 교수는 "메갈로돈의 예상도는 하나같이 백상아리처럼 거대한 몸집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상어의 체형과 체온 조절 능력의 관계에 대한 과학계의 오래된 학설이 그다지 쓸모없다는 아쉬운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갈로돈의 몸길이는 이빨 화석과 체온 조절 능력을 토대로 백상아리의 약 3배에 달하는 16~18m로 추측돼 왔다"며 "악상어 중에는 체온 조절이 가능한 종과 그렇지 않은 종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를 통한 체형 추측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조절되는 변온동물이다. 악상어목 어류들은 체온을 주위 수온보다 어느 정도 높이로 유지하면서 빠른 속도로 보다 긴 거리를 헤엄친다고 생각됐다.

척추와 달리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메갈로돈 이빨 화석 <사진=pixabay>

시마다 교수는 "만약 상어의 체형과 체온 조절 능력이 관련이 있다면 메갈로돈의 체형이나 생리학적 특징은 현재 악상어 무리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악상어목 중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종이 확인된 점은 메갈로돈 체형 연구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를 통해 영화에 등장하는 박진감 넘치는 메갈로돈은 허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간 메갈로돈을 알던 대중은 실망하겠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과학자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메갈로돈의 몸길이를 완전히 알아내려면 제대로 보존된 골격 화석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어의 골격은 연골 등으로 구성된 탓에 오랜 세월 형태 유지가 어렵다. 현재 이빨이 주로 발굴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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