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개나 고양이와 생활한 아이가 천식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에 내성을 갖는 것은 반려동물들의 미생물 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은 2세 이전의 아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자라면 일부 알레르기성 질병에 강해지는 원인을 조사한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은 어릴 때 알레르겐(allergen), 즉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을 접하면 면역계가 이에 적응, 향후 관련 병 발병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했다.
학계에 보고된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일찍부터 생활한 아이들은 개인차가 있지만 나중에 알레르기성 질환에 잘 견딘다. 다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의 일부 아이들이 천식에 내성을 갖는 것은 알레르기 감작(sensitization), 즉 생체에 이종항원을 투여하고 항체를 보유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했다.
반려동물이 왜 알레르기성 질환의 예방책이 되는지 궁금했던 연구팀은 많은 개나 고양이가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유전체 또는 미생물총)에 주목했다. 우리 몸에도 많은 좋은 작용을 하는 미생물들이 있듯, 반려동물의 일부 미생물이 인간 면역계에 바람직한 영향을 준다는 추측을 실증하려 했다.
연구팀은 유럽 아이들의 출생 코호트를 이용해 조사에 나섰다. 특정 연도나 기간에 출생한 집단의 데이터를 이용하면 장기간에 걸친 연차별 또는 연령별 이환율이나 사망률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 실드(Data SHIELD)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연구팀은 유럽 어린이 7만7000명의 데이터를 총 9개 통계 그룹으로 나눴다. 이 중에는 알레르기 감작 측정치를 가진 서브 그룹도 있었다. 측정치는 혈액에 포함된 고양이에 대한 IgE 항체(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나 피부 테스트 결과 중 하나였다.
연구팀 관계자는 "알레르기 감작을 조사하려면 많은 측정치가 필요한데, 이번 연구는 출생 코호트의 일부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그 결과 개나 고양이와 함께한 어린이는 알레르기 감작이나 천식 발병 위험이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든 고양이든 알레르기 감작 효과는 거의 동일했다"며 "어떤 반려동물이 알레르기 감작 효과를 키워주는가에 대한 그간의 논란은 이로써 잦아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유소년기 아이를 가진 가정의 반려동물 사육 가이드라인 마련에 아주 유용할 것"이라며 "연구 과정을 한층 구체화할 필요가 있지만 향후 관련 조사에 대한 힌트는 충분히 준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