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이 50개의 단어를 활용해 서로 대화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버섯 간의 전기신호다.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차분해 보이는 숲속 버섯들이 실제로는 적극 대화하며 각종 정보를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버섯들이 전기신호를 통해 인간과 비슷한 패턴으로 회화한다는 이번 연구는 균류가 균사를 통해 전기 임펄스를 주고받는다는 기존 실험 결과의 연장이다.

균류가 균사를 통해 전기 임펄스를 전하는 방식은 인간의 신경세포가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이미 밝혀진 사실인데, 웨스트잉글랜드대 연구팀은 균류 네트워크에서 배출하는 최대 50개의 단어와 글이 사람 언어와 비슷하다며 ‘버섯어’로 명명했다.

버섯 등 균류의 균사가 나무에 닿으면 전기 임펄스 발화 빈도가 증가한다. 연구팀은 이를 버섯이 전기적 대화를 통해 멀리 떨어진 자신의 몸이나 동료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봤다. 이를 실증하기 위해 팽이버섯과 치마버섯, 화경버섯, 곤충기생형 약용버섯(동충하초) 등 네 가지 버섯을 동원했다.

버섯들이 전기신호를 통해 서로 대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각 버섯의 균사체에 전극을 꽂고 버섯의 전기 시그널 패턴과 인간의 대화에 직접적 관계가 있는지 살폈다. 증식하는 자실체(균류의 유성생식을 위한 다세포 구조물)들은 전기를 띠며, 대전된 끝이 한 쌍의 전극을 통과하면 전위차가 무너진 구간, 즉 스파이크가 기록되는 점을 실험에 활용했다.

결론적으로 버섯의 전기 시그널은 인간이 활용하는 50개 단어 및 글과 비슷한 활동 패턴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실험 관계자는 “이런 버섯어의 길이 분포는 인간이 쓰는 말의 길이와 일치했다”며 “버섯들은 집단의 일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전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늑대가 울부짖으며 멀리 떨어진 무리와 대화하듯 버섯은 전기 활동으로 자신의 다른 부위나 동료에 음식과 천적 등 정보를 전한다고 생각된다”며 “가장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은 썩은 나무에 잘 자라는 치마버섯”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버섯들의 스파이크가 정확히 어떤 활동의 산물인지는 밝히지 못했지만 대화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특정 패턴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반듯한 언어로 받아들이기에는 증거가 더 필요하지만 버섯 사이의 리드미컬한 전기신호 패턴을 검출한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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