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순식간에 벌어지는 적의 접근을 감지하기 위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통해 박쥐가 적을 인식하는 시간은 불과 0.03초로 나타났다.

일본 도시샤대학교 생물음향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도플러 효과는 파동의 근원에서 비롯된 진동수가 실제 진동수와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을 말한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박쥐는 목에서 낸 초음파가 사물에 닿아 반사된 소리를 감지하고 주위 물체의 위치를 파악한다. 대상이 가까이 있는지는 반복적으로 초음파를 내 시간차로 알 수 있지만 그만큼 감지에는 시간이 걸린다.

박쥐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적을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우리나라에도 분포하는 관박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주변 초음파를 받아들이고 이를 스피커에서 순간적으로 재생하는 장치를 개발한 연구팀은 시차를 두고 주파수를 바꿔 가상의 물체를 보여주고 1m 앞 횃대에 있는 관박쥐 9마리의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시차를 짧게 조정한 음파는 모든 박쥐가 반응하지 않았다. 이후 주파수를 높이고 도플러 효과를 본뜬 음파를 내보내자 시차와 관계 없이 박쥐 대부분이 날아올라 도피 행동을 보였다.

엠뷸런스 사이렌이 듣는 사람과 거리에 따라 높고 낮게 들리는 것은 도플러 효과의 영향이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긴급한 상황에서 박쥐가 어떤 방법으로 적을 감지하는지 사실상 처음 알아낸 실험"이라며 "도플러 효과를 응용하는 박쥐들은 불과 0.03초 만에 적을 인식하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급차 사이렌이 가까워질수록 높게, 멀어질 때 낮게 들리는 것처럼 박쥐는 초음파의 주파수 변화를 포착해 물체가 가까워지는지, 또는 멀어지는지 한순간에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nt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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