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개를 가축화하고 친밀하게 지낸 시간이 2000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간이 야생늑대를 길들인 개의 역사는 지금까지 약 1만 년으로 생각됐다.

미국 알래스카주립대학교 북부박물관(UAMN) 연구팀은 6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이 약 1만2000년 전 개에 먹이를 준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사람이 야생늑대를 길들여 개가 탄생한 역사가 1만 년이 아니라 1만2000년으로 수정될 수 있는 발견이라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2018년 알래스카주 중부 스완포인트 유적에서 나온 갯과 동물의 정강이뼈를 정밀 분석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실시한 연구팀은 뼈가 빙하기가 끝나가던 약 1만2000년 전 것이며, 화학조성 분석에서 연어의 흔적이 나온 점에 주목했다.

야생늑대 등 갯과 동물이 인간에 길들여져 가축화한 역사는 1만2000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UAMN 제라드 스미스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아메리카대륙에 살던 개가 인간으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아메리카대륙에서 인간이 개를 가축화한 시기는 기존 생각보다 많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강이뼈 분석으로부터 갯과 동물이 연어를 정기적으로 먹었음이 판명됐다"며 "지난해 6월 알래스카주 홀렘백 힐 유적에서 가축화 징후가 확인된 8100년 전 갯과 동물의 턱뼈에서도 연어의 흔적이 파악된 것과 연결해 생각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약 1만 년 전 알래스카에 서식하던 갯과 동물이 연어를 잡아먹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기록과 여러 분석에 따르면 스완포인트 및 홀렘백 힐에서 나온 두 뼈의 주인은 오로지 육상 동물만 사냥했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알래스카 스완포인트 유적에서 나온 갯과 동물의 정강이뼈 일부(오른쪽) 및 2023년 홀렘백 힐 유적에서 나온 턱뼈 샘플 <사진=UAMN 공식 홈페이지>

제라드 연구원은 "늑대가 곰을 흉내 내 자연산 연어를 사냥한다는 보고가 2010년 있었지만 원래 야생 갯과 동물은 연어를 사냥하지 않는다'며 "갯과 동물이 섭취한 연어는 분명 원주민이 잡아서 준 것으로, 두 뼈는 인간과 개의 접촉을 보여주는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흔적"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만으로 아메리카대륙의 개 가축화 역사를 1만2000년 전으로 확정하기는 무리일지 모른다"면서도 "이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살아온 원주민이 개를 신비로운 동료로 여기며 우정을 키워온 기록은 우리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역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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