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에서 생존자와 구조대의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특수 쥐들이 실전에 앞서 맹훈련을 받고 있다.
벨기에 비영리 후각동물 훈련단체 아포포(APOPO)는 26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초소형 마이크가 달린 조끼를 입고 생존자 목소리를 전하는 구조 전문 쥐들을 소개했다.
영웅 쥐(herorats)라는 애칭이 붙은 이 쥐들은 아프리카 가시쥐(African spiny mouse)로 구성된다. 일반 쥐에 비해 몸집이 크고 다리가 길며 지능이 높은 이 쥐들은 이전부터 APOPO에서 다양한 임무 수행을 위해 훈련을 받아왔다.
이 단체는 과거 전쟁터였던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의 지뢰나 불발탄 제거를 위해 전부터 아프리카 가시쥐들을 조련했다. 뛰어난 후각을 활용한 탐색 훈련을 받은 쥐들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쥐들의 능력을 눈여겨본 APOPO 관계자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재난 지역의 생존자 수색 및 구조를 위해 특수 훈련을 시작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 동물심리학자 도나 킨 박사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를 구하는 골든타임은 생각보다 짧다”며 “소형 마이크로 생존자 목소리나 주변 소리를 녹음, 이를 구조대에 전달하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쥐들의 활약으로 생존자와 구조대의 통신이 가능해질 경우 한 명이라도 더 잔해 속에서 꺼낼 수 있다”며 “지진이나 건물 붕괴 등 뜻하지 않은 사고 현장을 누비는 쥐들은 그야말로 영웅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훈련에는 APOPO가 길러낸 가시쥐 중에서도 특히 총명한 7마리가 참여한다. 이 쥐들은 지뢰 등 폭발물이나 결핵 같은 병원균을 탐색하는 170여 마리의 쥐들 중에서 뽑힌 별중의 별인 셈이다. 지난해 8월부터 특수 조끼에 소형 배낭을 걸치고 열심히 수색 훈련에 임하고 있다.
도나 킨 박사는 “아프리카 가시쥐는 후각이 뛰어나고 사교적이며 총명하고 학습 속도도 빠르다”며 “지금까지 인명 구조를 위한 동물로 개가 일반적이었지만 쥐는 훨씬 작고 유연성이 뛰어나 협소한 공간에 파고들어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훈련 받은 영웅 쥐들은 재난 지역에서 비프 소리에 반응해 기지로 직접 이동하는 훈련까지 받았다”며 “작은 조끼와 배낭에는 마이크 외에 조명과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가 채워져 구조 활동을 돕는다”고 전했다.
APOPO는 특수 쥐들을 대규모 지진이 빈발하는 터키로 보내 파견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미 현지 수색 구조팀 협조를 얻어 7마리의 영웅 쥐들을 실제 지진을 방불케 하는 현장에서 모의 테스트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